[기고] [김종복 수필집, 아름다운 반칙] 아이 기도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24-03-26 15:44:00


김종복 수필가

부산 출생

전 강원 중·고등학교 영어교사

대한민국 녹조근정훈장

2013'월간 수필문학' <도보여행><고양이 일기>로 등단

전 춘천수필문학회 회장, 수필문학추천작가회, 한국수필문학가협회, 강원수필문학회,
강원문인협회, 춘천문인협회에서 동인활동

 



아이 기도

 

 

나는 산을 좋아했다.


어머니는 교회 차가 있는데도
, 굳이 아들 차로 교회 가기를 원했다. 주일예배에 아들을 꼭 참석시키려는 모친의 속내를 모르는 바도 아니었지만, 이것만큼은 꼭 지키려고 내 나름대로 애썼다. 그 당시의 토요일은 오전 근무를 했다. 그러다 보니 온전한 하루 산행은 할 수가 없었다. 가깝지만 사람들이 대단찮게 여기는 인적이 드문 나의 산이 있었다. 늘 가는 산이지만 언제나 새 산처럼 날 맞이해주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어느 토요일 오후에 산행을 망설이다가 강행하여 올랐다.


산 정상 부근 그곳에는 산막 한 채가 있었다
. 산 관리를 위한 산지기 집으로 겨울에는 늘 빈집으로 있었다. 벽난로가 있는 그 산 집은 나의 호기심과 동경의 집이었다. 언젠가 그곳에서 벽난로를 피우고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고 싶었다. 그날도 하룻밤을 보내는 낭만의 장면을 상상하면서 창문 안을 들여다보았는데, 아무것도 없어야 할 그곳에 새끼부엉새가 쪼그리고 있었다.


탈출을 시도하다 어린 새는 지쳐있었고
, 그대로 두면 먹을 것도 물도 없는 그곳에서 그냥 죽을 것 같았다. 겨울에는 늘 잠겨 있는 산막의 벽난로 굴뚝으로 들어간 것 같은데, 돌아 나오지를 못하는 모양이었다. 처마 바로 아래에 있는 작은 환기창이라도 열어 주면 그곳으로 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 긴 나뭇가지를 가져와 여러 번 시도하여 보아도, 좀처럼 쪽창을 열 수가 없었다. 힘이 들어 잠시 쉬다가, 혹시나 하고 창문을 여니 창이 그냥 스르르 열린다. 어찌 된 일인가! 늘 잠겨 있던 창이 열리다니! 착한 마음으로 창을 여니 창도 스스로 열어 주는 걸까? 그런데 창을 열고 어린 새가 나오기를 기다려도 지쳐서인지 나오질 못했다. 불쌍한 마음에 창을 넘어 구출하러 다가가니, 화들짝 놀란 새는 나를 피해 이리저리 날다가 유리창에 머리를 부딪고 떨어졌다. 새의 눈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꼼짝도 하지 않았다. 죽었다. 너무 미안함에 가슴이 미어졌다. 차라리 그냥 둘 것을. 제대로 구해주지도 못하면서. , 그냥 두었더라면 어린 것의 삶을 더 연장할 수도 있었을 텐데. 비틀스의 노랫소리가 들려 오는듯했다. let it be. 그대로 두어요.


혹시나 하고
, 새의 입을 벌려 물을 먹여 보았다. 배낭에서 먹을 것을 찾으니 오징어가 있었다. 오징어를 씹어 입에 넣어 보았다. 새를 반듯하게 세워도 보았다. 그러나 새는 비시시 쓰러지고 말았다. 결국 내가 죽인 셈이었다. 나는 힘이 하나도 없었다. 나도 비시시 넘어갈 지경이었다. 산속은 적막하고 초겨울비는 소리도 없이 하염없이 내리고 있었다. , 어찌하면 좋을까?


저 새를 살려주세요! 저 새를 살려주세요! 저 새를 살려주세요!” 내 어릴 적에 그냥 막 기도하여 기도의 응답을 받은 적이 많았다. 그 죽은 새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어린이 교회 학교 그 시절의 아이로 돌아가, 앞뒤 빼고 요점만 마구 기도했다.


한참이나 적막한 시간이 흘러갔다
. 그런데 어디선가 적막을 깨며 들려오는 -~ -~” 울음이 들려왔다. 엄마 새일지도 모르겠다. 미안한 마음에 묻어나 주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묻을 자리를 살펴보다가, 얼핏 어린 새를 보았는데 새가 조금 움직이는 것 같았다. 잘못 보았겠지. 눈을 의심하다 다시 보니, 새가 약간 움직이더니 서서히 똑바로 앉았다. 그리고는 잠시 후 어미 부엉새가 울던 숲속으로 날아갔다. 도대체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누구는 기절했던 새가 기운을 차려 날아간 것이라고 말해도
, 나는 죽었던 그 새가 다시 살아났다고 믿는 것이다. 아무도 없는 산속에서 조그마한 생명의 부활을 내 눈으로 똑바로 보았다. 꿈결 같은 장면을 혼자 목격하고, 산에서 내려오면서 나는 새끼 부엉새의 부활을 하나님께 자꾸 감사했다.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은 곧 우주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이다.” 소설 연금술사속에 나오는 이 문장이 멋있어, 유식한 말로 자주 써먹었다. 그런데 이제는 아주 간략한 말로 바꾸고 싶다. ‘아이처럼 기도하면, 하나님은 기도를 꼭 들어 주신다.’ 하나님 사랑은 부모님 사랑과도 비유된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하듯이, 하나님도 아이 같은 아주 순수한 기도는 들어주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온전히 믿지는 못해도
, 감히 부인할 수 없는 신()에 대한 나의 하나님 신앙이 되었다.


내 산을 오르면 예전보다 더 좋다. 내가 아이처럼 기도하여 살린 새끼 부엉새가 사는 산이라고 믿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