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사람들] 정신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외치는 국립춘천병원 박종익 원장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17-12-12 10:45:03

정신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외치는 국립춘천병원 박종익 원장


“정신병원에서 커피 한 잔을!”




국립춘천병원 박종익 원장 인터뷰 장면



건강한 정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대되고 있으나 이해와 접근은 난해한 현실이다. 이에 정신질환 의료적 접근 역사와 현재 등록된 정신장애인 실태를 알아보고 인식개선과 재활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국립춘천병원 박종익 원장(정신과 전문의)을 만났다. 다음은 지면 할애 상 부득이 일문일답을 요약한 내용이다.


Q
: 우선 전문가인 원장님께서 정신질환에 대하여 쉽게 설명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한마디로 정신질환은 뇌의 이상을 동반한
만성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사회문화적, 환경적 영향에 따른 심인성도 있으나 스트레스나 우울증 등은 치료하면 회복될 수 있다. 하지만 장애상태로까지 가는 것은 뇌의 이상이다. 따라서 조기 발견과 약물치료와 관리를 하면 증세가 호전 되거나 남아 있는 기능을 활용하여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다.


참고로 발병은 10대, 20대에서 많다. 이를 감추고 살다보면 나이 들수록 중증에 이르러 입원을 반복하여서 자립생활이 어렵게 된다. 또한 신체적인 병은 피검사나 영상자료로 알 수 있지만 정신질환을 그렇지 못해서 앞으로 개척하고 연구해야 할 분야다.


Q: 정신질환을 힘든 환경을 극복하지 못하면 생기는 것으로 알았는데 뇌의 이상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면
우리나라 정신질환 치료의 역사에 대하여 간락하게 부탁드립니다.


A:
중세시대에는 정신질환자를 마귀 또는 귀신 들린 사람으로 치부했다. 우리나라 역시 정신질환자를 일반인과 다른 사람으로만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1910년 정신의학이 소개되고 1934년에 현재 “청량리정신병원”의 전신인 “하라뇌병원”이 설립 되었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 중 많은 한국인 의사가 정신의학에 입문했고 광복 후 초석이 되었다. 50년대 후반 부터 “정신약물학”도입으로 정신치료와 약물치료의 체계 확립, 이어서 60년대 부터 8개의 의과대학 중 7개의 의과대학에서 신경정신과학교실 개설로 정신과의사 배출이 시작되었다. 또한 당시 비 의료 정신질환자 수용시설의 문제가 대두되고 1968년 “정신위생법” 제정운동 시작, 1995년 최초의 “정신보건법”이 탄생되었으며 현재는 여러 정신과전문병원 및 재활을 위한 전문시설이 생겨나고 있다. 


Q: 1910년부터 정신의학 씨앗이 심어져 오늘에 이르렀군요. 그러면
현재 정신장애인 실태에 대하여 소개 부탁드립니다.


A: 2016년 정신질환실태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18세 이상 성인인구 중 25.4%가 평생 한 가지 이상의 정신질환을 경험하였으며, 그 중 11.9%가 최근 1년 내에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1년 전인 2006년 비해서 약간 줄어든 경향을 보여주고 있으나
전 연령층에서 우울증이 19% 감소한 반면 20대 남자, 특히 미취업계층에서는 증가되어 20대의 고통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정신장애인 경제활동 참가율은 14%로 전체 장애인 경제활동 참가율(39%)의 절반 이하이며, 정신장애인 중 약 54.5%가 기초생활보장 수급 대상자다.


Q: 정신장애인의 재활이 미약한 현실이군요. 원장님께서는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재활과 소통을 위해 노력하시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데 보람 있던 환자의 사례가 있는지요?


A: 99년, 서울 근무 중 만난 환자가 있었다. 양극성장애였는데 나를 따라 춘천까지 와서 치료를 받았었다. 20여 년간 꾸준하게 관리한 결과 올해 장애인특채 공무원시험에 합격하여 모처에서 근무하고 있다. 특히 본인이 약을 잘 복용하고 업무도 잘 감당하여 동료들도 무슨 병인지 조차 모를 정도다. 참으로 보람 있는 사례다.


Q: 본인의 노력과 전문가의 도움이 열매를 맺은 귀한 사례군요. 그러면 국민적 인식 개선 과제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보건복지부 2017.3월 발표 자료에 의하면 정신건강서비스 이용률이 2011년 15.3%에서 현재 22.2%로 꾸준히 증가 하고 있으며 이는 정신건강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다. 지속적인
홍보, 사회적 차별 철폐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2005년부터 춘천시 정신건강복지센터 센터장을 하면서 지역사회정신의학 및 재활, 정신질환자의 안정된 정착을 위해서는 주거안정과 일자리창출이 관건임을 강조하고 현재 국립춘천병원에 주거재활시설 “두빛나래”와 직업재활시설 “누림마루”를 오픈해서 이를 실천하고 있다.


Q: 정신장애인의 안정된 정착을 위해서 지속적인 관리와 검점, 직업훈련, 주거안정, 일자리 등이 필요하다는 말씀에 적극 동감합니다. 마치는 말씀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국립병원의 방향은 수익과 관계없이 공공사업을 해야 한다. 지역사회와 함께하기 위해 병원을 개방하고 당사자들 주도하에 커피전문점을 열었다. “정신병원에서 커피 한잔을” 주변에서 부조화지만 강렬한 메시지가 있는 이곳을 자주 찾아온다. 사회와의 관계개선을 위한 작은 시스템 중에 하나지만 이러한 것들이 언젠가는 큰 변화를 가져오는 구심점이 될 것이다. 또한 정신장애인도 제도적 울타리 보호를 받으면서 직업을 가지고 당당히 살아 갈 수 있도록 열심히 연구하고 노력할 것이다.


지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