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지금] 獨 디벨트, 2016 올해의 극장 ‘민중극장’ 비난…왜?

남일우 승인 2017-01-19 15:51:10

‘민중에게 예술을’ 극장 정체성 퇴색 질타

독일 3대 전국일간지 중의 하나며 보수적인 보도경향을 갖고 있는 디벨트(Die Welt)지가 ‘2016 올해의 극장’으로 뽑힌 베를린 로자 룩셈부르크 광장에 있는‘민중극장’(Volksbuehne)을 강하게 비난했다.

디벨트는 ‘오늘의 연극’(Theater Heute)잡지가 발표한 2016년 올해의 극장, 연출가, 연극배우 등등 중에서 유독 올해의 극장인 ‘민중극장’을 꼬집었다.

 

 ▲독일 베를린 로자 룩셈부르크 광장에 있는 127년 전통의 민중극장(Volksbuehne). 사진=picture alliance 

 

‘오늘의 연극’은 독일의 권위있는 연극평론 잡지로서 독일 연극계를 대표하는 비평가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해 매년 올해의 극장 등을 선정, 발표한다.
 

디벨트는 이번 베를린 민중극장 선정은1992년 부임해서 2016년에 떠나는 구동독 출신의 “민중극장 극장장 겸 예술감독인 프랑크 카스토르프(Frank Castorf)를 위한 작별선물”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에 따르면 민중극장은 총 43명의 연극비평가들 중에서 6표를 얻어 1993년에 이어 두번째로 독일 전체 극장 중 최고의 극장에 꼽혔다.
 

덧붙여 신문은 이번 투표에서 역시 6표를 얻어 올해의 극장으로 공동 수상한 베를린 소재의 ‘막심 고리키 극장’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막심 고리키 극장이 독일의 사회적 논쟁을 비판적이며 예술가적 사회참여로 승화시킨 연극 작품들을 무대에 올린 반면, “신자유주의 세력의 후원을 받게 된 베를린 민중극장은 이미 대중적 인기 작품과 극장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신문은 질타했다.
 

또 “지난 한해 독일 연극계에서 공연된 난민 관련 작품에서도 본연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민중극장은 우리에게 불쾌함과 실망감을 안겨 주었다”고 평가했다.
 

그밖에 다른 올해의 선정자들에게 대해서도 전혀 문제 없다고 디벨트는전했다.
 

올해의 여자 연극배우는 TV드라마에서도 많은 활약을 하고 있고,‘빈 시민극장’의 자본주의 비판의 연극작품에서 여주인공 역할을 맡았던 카롤린 페터스가 선정됐다고 보도했다.
 

올해의 남자 연극배우는 함부르크 극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에드가 젤게가 받았고, 올해의 작품은 중동의 정치적 현실을 묘사한 야엘 로렌의 작품 ‘상황’(The Situation)이 선정됐다.
 

독일 신진 연극배우로는 진보와 보수및 세대간의 갈등을 묘사한 이반 투르게네프의 문학작품 ‘아버지와 아들’에서 열연한 도이체스 극장의 마르셀 쾰러가 뽑혔고, 신진 연출가는 ‘폭군’(Tyrannis)을 연출한 카셀 공립극장의 에어산 몬트탁이 수상했다.
 

이어신문은 “수도 베를린이 다시 독일 최고의 연극 예술도시로 재등극했다”고 강조하면서 “독일 내에서 더 이상 경쟁자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베를린 민중극장은 1890년 ‘민중에게 예술을’(Die Kunst dem Volke)이라는 모토로 서민들이 낮은 가격으로 연극을 향유하며 문화적 삶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설립됐다.
 

지금까지 민중극단은 동시대적이고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작품들을 연극 무대에 올리는 노동자와 서민들을 위한 독일 최고의 공연장이었으나, 2017년부터흥행 위주의 상업적 극단을 추구하는 벨기에 출신의 크리스 더컨(Chris Dercon)이 극장장으로 선임돼 극장 경영을 맡게 됐다.
 

[독일어 원문 번역 : 강원대학교 독어독문학과 한세연, 박태진, 이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