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사람들] 겸손과 검소함으로 희망의 길을 걸어온 여성장애인

김준혁 승인 2017-04-04 10:33:12

겸손과 검소함으로
희망의 길을 걸어온 여성장애인


(정달자 작가)




수필가이자 소설가인 정달자(지체장애 3급, 75세, 원주) 작가는 파란만장한 인생을 걸어왔다. 북간도 명월시에서 출생하여 해방 후 두만강을 건너고 38선을 넘어 부산에 오기까지, 그의 삶은 불편한 몸과 더불어 고난과 역경의 연속이었다.


어려운 일도 많았다. 어릴 적은 분단의 아픔 속에서 피난을 다녀야 했고, 어머니께서 몸져누우셨던 학창시절은 집안일을 돕고 동생들을 돌보기 위해 자퇴를 결심해야 했을 정도로 힘들었다.


그렇게 가난의 고통과 병고를 겪으면서 애한(哀恨) 맺힌 반평생을 보냈다. 삶 자체가 고생이었으며 의지할 곳 없이 남한에 혼자 남게 되고, 아픈 몸을 이끌고 여러 일을 전전하면서도 ‘책 읽는 버릇을 들여라’는 어머니의 말씀을 따라 곁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걸어온 길은 ‘소설을 쓴다는 것은 세월을 붙잡는 것이다’라는 어떤 소설가의 말처럼 고스란히 글로 남아서 그와 함께 살아 숨 쉬고 있다.


그의 버팀목이 되었던 것은 베갯머리에 두고 읽었던 낡은 책들과 몸에 밸 정도로 겸손을 실천하는 마음가짐이다. 어머니라는 참된 스승 밑에서 틈만 나면 자신의 삶을 글로 써왔고, 나눔을 실천했다. 결국 인생을 담은 책도 내게 되었고, 한 달에 두세 번씩 직접 만든 반찬과 만둣국 등을 이웃 어르신들에게 나눠드리는 봉사를 나서기도 한다.


파란만장한 삶 속에서 수필과 소설로 등단한 작가 정달자 여사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살아가는 것 자체가 희망이다. 건강하게 살고, 이웃들과 서로 돕고 배려하며 칭찬을 아낌없이 나누고, 아름답게 사는 것이야 말로 인생이며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검소와 겸손의 실천이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못났다는 마음으로, 가난한 모습으로 마지막 순간까지 책을 한 권이라도 더 집필하고 싶다는 그의 다짐 속에서 삶에 대한 희망을 찾아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