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안 최영식 화백의 바리미 일기] 오월의 일상들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23-05-16 11:31:27


 

5월 첫 날, 거친 바람이 불었고 초당에서 일기 245 마무리. 둘째 날은 화요일, 초여름 기온, 달샘이 왔고, 함께 거두리 한식당 고산가로 초대한 심선생과 굴비백반으로 점심 먹음. 식사 후 달샘과 만천리에 있는 롯데마트에 들려 일상 신을 단화와 여름용 샌달구입, 런닝과 팬티도 함께다. 단화는 내 발에 맞는 게 없어 택배로 보내주겠단다. 오후에 화실에 올라가 기왕에 해놓은 것 중 삼분지 일 크기의 홍매와 백매를 더 손보며 화제까지 쓰고 낙관해 완성, 생각보다 꽤 오래 시간이 걸렷다. 앞으로 있을 강원서학회전에 출품할 예정이다. 셋째 날, 새벽 2시에 화실에서 귀가. 한솔이가 오전에 초당으로 왔고 아들 절친인 결혼하는 민영이 축화로 소품이지만 백매도를 전하라고 줬다. 드믄 남자 간호사다. 넷째 날은 가을이와 편의점 가서 담배와 라면 구입. 계속 쾌청인 날들이다.

 

 

다섯째 날, 종일 비가 내렸고 단화가 우중에 택배로 왔다. 여섯째 날에도 비가 종일 내렸다. 초당 밖을 안 나갔다.이틀 동안 모처럼 흡족하게 왔다. 그 바람에 모란 꽃잎이 일찍 모두 떨어진 건 서운하다. 일곱째 날도 초당 안에서 칩거했다. 여덟 째 날, 별관측소 김소장과 막국수로 이른 저녁, 식사 후 지내리 카페로 가서 커피까지 김소장이 냈다.


다음엔 내가 모두 낼 터이다
. 다시 쾌청이다. 아홉 째 날, 달샘이 왔고 추곡약수로 가 약수와 약수밥을 먹었다. 찾은 게 꽤 오래됐다. 계곡물이 지난 이틀 내린 효과로 풍성했다.


내친김에 청평사 계곡도 찾았다
. 발산리로 나오고는 못 가봤는데 몇 년 사이 입구에 상가들이 늘어난 게 변화다. 역시 맑은 계류가 풍성했다. 충분히 퍼진 신록이 가장 곱다.


사람들도 적당히 있었다
. 달샘은 힘들다며 폭포까지만 갔고, 혼자 절까지 다녀왔다.

 

일주문 앞에서 기념품 가게를 하며 낙화를 치던 정희는 작년에 가게를 넘겼단다.


아줌마가 하고 있었다
. 청평사 물맛은 여전히 감로수다. 일주문 앞마당 중심에 있던 전나무는 사라지고 없어 허전했다. 살아있는 당간지주 같았었다. 그루터기 조차 없다.


청평사 계곡은 좋아할 뿐 아니라 작품 소재로도 자주 다뤘었다
. 구곡폭포 계곡, 등선 계곡과 더불어 내 산수화 작품의 바탕이 되었기에 특별한 애정을 가지게 된다. 오후에 달샘이 초당의 안방 가구 배치를 바꿨다. 공간이 배로 넓어진 듯 하고 모두 제자리를 잡아 동선이 편하고 자연스럽다. 이전에 방 공간이 전부 비좁다고 느껴져서 불편함이 많았었다. 아주 흡족하다. 탄력을 받은 듯 주방까지 재배치했는데 역시 대 만족이다.


공간이 모두 커지고 살아나는 게 신기할 지경이다
. 빼거나 치운 것이 없음에도 그렇다.

 

십일 째, 역시 쾌청, 올해들어 처음으로 평양냉면에 가서 냉면을 먹고, 달샘과 남이섬 뱃터에 있는 스타벅스로 가서 망중한의 시간을 가졌다. 지인한테 사용권을 선물 받았단다. 구봉산 전망대에도 있지만 남이섬 쪽을 더 선호한다. 내 어릴 적 추억이 서려있기도 하고 달샘도 드라이브를 겸해 좋아해서다. 어머니가 강 건너 외가댁을 가실 때 배웅하러 뱃터까지 왔었고, 달전리 사는 초등학교 친구들과 놀던 곳이었다. 남이섬은 관광지가 되기 훨씬 이전이다. 형이 중학생 때 남이섬 개발 구상을 펼치기도 했었다.


돌아와 마트에 가서 장을 봐왔다
. 열하루 째, 가장 더운 날, 오후 2시 춘천문화재단기획자와 만남이 예정돼 있었지만 그쪽 사정으로 하루 미뤘다. 공부하러 나오는 서윤 여사와 이야기를 나누다 같이 공부하는 정여사와는 연락이 안 돼서 오늘 공부는 포기했다.

 

서윤여사가 승호대와 산막골을 가보고 싶어해 폐교까지만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다.


붓을 잡아야만 공부가 아니어서다
. 자연을 관찰하고 내가 19년 간 꽉 채워 생활한 현장을 보며 내 예술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바라 단골이었다는 이야기도 듣고 더 반가웠다. 얼마 전 북산면장의 전화도 받았었다. 표지판을 새로 세울 계획이 있는 모양이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으니 면에서도 이제 신경을 쓰나 보다. 소양호 전망대로 여기만 한 곳이 없다. 밤에는 별 보는 명소기도 하다. 건봉령과 승호대 작명을 한 당사자다. 고개 이름은 산막골의 옛 지명인 건천리[乾川里]에서 건[]을 취하고 봉화산[烽火山] 자락이라 봉[]을 더했다. 승호대는 가장 아름다운 호수를 바라보는 곳이란 의미다. []은 이긴다는 뜻 보다 명승지처럼 아름다운 곳으로 더 많이 사용된다.

 

열이틀 째, 신북읍사무소 뒷쪽에 있는 식당에서 매운탕으로 몇 분을 모시고 점심을 먹었다. 내가 대접하는 것이다. 형님과 심선생, 심선생을 연결해준 분, 식당 이웃에 주택개발 사무실이 있는 이대표님과 함께다. 각자 뚝배기에 나오는 메기 매운탕이 맛났다.


이대표 사무실도 들렸다가 모두 산천화루로 왔다
. 한발 먼저 심선생과 오고난 후다. 춘천문화재단에서도 오후 3시에 기획자가 왔고, 남옥기념사업회 한사무국장과 국악인 소선생, 기념사업회 김회장님도 참석해 갑자기 화실이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내 어깨가 무겁다.


처음 시도하는 것이지만 문화재단 기획자가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 얼마나 좋은 매화 작품을 창출해 내느냐가 관건이다. 내일 시청에 제출할 작품 세 점도 형님이 수고해 주기로 하고 싣고 갔다. 모임이 끝난 후 형님과 가평에 가서 후배 모친상 문상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