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연재] 장애와 고용, 독일이 걸어가는 길-①
고용부담금 높이는 독일…장애인 고용 개선에 팔 걷어 부치다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23-05-09 11:23:49


독일국회 홈페이지의 장애인고용 관련 문서 이미지. www.bundestag.de

  

기고/민세리 nankleopatra@gmail.com

 

 


장애와 고용
, 이와 관련해 독일은 한국보다 선진국이다. 독일이 모든 면에서 우수해서가 아니다. 한국보다 더 일찍 고민하기 시작했고, 더 일찍 다양한 길을 모색했기 때문에 독일은 한국보다 먼저 앞서 걸어가는 나라, 선진국이다. 따라서 독일에는 나름의 노하우도 해결책도 많고 앞으로 남은 숙제도 산적하다. 이에 총 4회에 걸쳐 장애와 고용, 독일이 걸어가는 길시리즈를 통해 최근 독일의 장애인 고용 현황을 분석하고, 이와 관련해 독일이 우리나라에 어떠한 시사점을 주는지 살펴본다.<필자주>

 

 

변명은 이제 그만 하십시오.

 

얼마 전 후베르투스 하일 독일 노동부 장관이 고용주들을 향해 던진 말이다. 지금까지 중증장애인을 단 한 명도 고용하지 않은 고용주들을 겨냥한 말이다. 장애인 고용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며,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며 장애인 고용의무를 회피하는 고용주들을 향한 질책이다.

 

그리고 하일 장관은 고용주들이 장애인 구직자의 잠재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경제적으로 어리석은 짓이자 사회 불평등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국회의사당에 모인 정치인들은 박수를 쳤다.

 

올해 3월 초 독일 연립정부는 하일 장관을 중심으로 장애인 고용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법률 개정안을 제안했다. 이어 420일 개최된 내각회의에서 이 개정안을 의결했고, 해당 개정안은 내년 초에 실행될 예정이다.

 

이번 법률 개정안의 타이틀은 사회통합적 노동시장 발전을 위한 법률안이다. 법안 개정의 목표는 첫째, 보다 많은 장애인을 노동시장으로 진출시키고, 둘째, 보다 많은 장애인의 고용을 유지하며, 셋째, 장애인에게 보다 나은 맞춤형 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다.

 

법률 개정안에서 단연 눈에 띄는 내용은 고용부담금 상향 조정이다. 중증장애인을 단 한 명도 고용하지 않는 고용주에게 부과되는 부담금을 현재보다 2배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고용부담금으로 징수된 예산은 중증장애인의 노동시장 진입을 장려하는 데 집중투입될 예정이다.

 

독일 장애인 의무고용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상시근로자 20명 이상을 고용한 공공 및 민간 사업장은 전체 근로자의 5% 이상을 중증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한다. 일부 연방기관에는 고용의무 6%가 적용되기도 한다.

 

5% 고용의무를 충족하지 못한 고용주는 고용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고용부담금은 사업장 규모와 중증장애인 실제 고용률에 따라 차등적으로 부과된다. 60인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장이 중증장애인을 단 한 명도 고용하지 않을 경우 현재 기준 미고용 중증장애인 1인당 360유로의 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바로 이 부담금이 내년이면 1인당 720유로로 상향 조정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시근로자 100명을 둔 고용주가(이 경우 중증장애인 5명을 고용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중증장애인을 단 한 명도 고용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매월 720유로 X 5= 3,600유로(한화 약 530만원)를 납부해야 한다.

 

연방노동공단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중증장애인 고용의무가 있는 사업장 174,919곳 중 고용의무를 완전 이행한 사업장은 39%, 부분 이행한 사업장은 35%, 고용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은 사업장은 무려 26%에 달했다.

 

장애인을 고용하는 기업이 여전히 너무 적다는 말이 수년간 독일 곳곳에서 들린다.

 

중증장애인 고용 현실은 수년간 크게 개선되지 않았고, 동시에 독일 사회 전반에 걸쳐 전문인력 부족 문제가 갈수록 심해지자, 이제는 독일 정부가 팔을 걷어 부치고 고용주들을 압박하고 있다. “장애인을 0명 고용하는 자들에게는 우리의 인내심도 0이다”(Null Toleranz fur Null-Beschaftiger)라고 외치면서 말이다.

 

연방정부의 이러한 노력에 대해 독일 장애계는 환영의 입장을 표하면서도 동시에 비판 내지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낸다. 어느 장애인 협회 대표의 말이 인상적이다.

 

장애인 사회통합 정책과 관련해 정치인들은 가속페달을 밟지만 머지않아 다시 브레이크를 걸어버린다.

 

또한 장애계는 기존의 고용부담금 액수 자체가 여전히 너무 낮게 산정되어 있다고 비판한다.

 

독일고용주협희 측의 입장은 다르다. 이들은 고용부담금 인상은 장애인 고용률을 높이는 데 적합한 수단이 아니라 오히려 징벌적 성격이 더 강하다며, 중증장애인 고용이 실패하는 것은 단순히 기업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증장애인 고용이 힘든 이유가 기업 의지 부족이기 보다는 중증장애인 취업알선 시스템에 문제가 많으며, 중증장애인을 고용하지 않는 고용주를 높은 부담금으로 채찍질하기 보다는 고용의무를 모범적으로 준수하는 고용주들에게 오히려 장려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독일 장애인의 노동시장 진출 및 장애인 고용을 논하는 데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요소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독일 장애인 근로시스템의 강점이자 약점인 장애인작업장이다. (다음편에 계속)

 

 

이 글은 독일에 거주하는 에이블뉴스 독자 민세리(nankleopatra@gmail.com)님께서 보내온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