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안 최영식 화백의 바리미 일기] 좋은 일들이 연이어...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23-05-03 11:53:25


 

424, 대구에서 반가운 손님 네 분이 오후 2시경 산천화루로 왔다. 이틀 전에 영수형과 함께 와 인사를 나눴던 심선생의 화실 방문이 있었다. 수석인이면서 다양한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단다. 내 작품도 소품으로 2점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앞으로 내 작품을 주변 지인들께 소개해 주겠다고 한다. 오래 전 부터 알 수도 있었을 텐데 경기도 쪽과 강원도에서도 고성, 평창 등 먼 지방에서 근무를 하느라 기회가 없었단다. 오래 전부터 내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며 적극 나설 의향을 내비쳤다. 대구에서는 파란하늘, 해돋이, 소백, 세 분은 문학 쪽이고 정여사는 가수며 작사, 작곡까지 하는 분이란다. 가수만 초면, 세 분은 인연이 꽤 오래된다. 해돋이님은 빛갈 고운 떡집을 대구에서 운영하고 있어 만든 여러 가지 떡을 두 상자나 가져왔다. 초로에 들었음에도 소녀 감성이 넘실대는 분들이다.

 

심선생이 간 후 대구 분들과 소양댐 나들이, 사진도 찍고 즐거운 놀이도 하면서 유쾌한 시간을 보내고 '통나무집닭갈비'에서 저녁을 함께 먹었다. 내가 대접해야 하는데 그분들이 계산을 했다. 가수인 정여사는 한 때 미술관에서도 근무한 경험이 있어 미술 쪽에도 조예가 있었다. 몇 년 만에 만난건지 까마득하건만 어제 만나고 또 만난 듯 조금도 스스럼이 없다.


우안화첩
수류화개를 비롯해 내 산문집 위를 뚫고 솟는 샘물다시, 발산리에서화문집 한 점의 생각, 솔숲에 들다를 서명해 각각 드렸다. 1박 할 줄 알았는데 아쉬움을 남기고 또 다음을 기약하며 떠났다. 우리보고 대구로 오란다. 모처럼 멀리서 오신 반가운 손님들이다.


인연이란 건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니다
. 만남의 짧고 긴 것 또한 마찬가지다. 거리는 국, 내외를 막론하고 중요하지 않다. 마음이 잘 통해서 가깝고 깊어야 한다. 소중한 인연들이 고마울 뿐이다.

 

달샘이 대구 손님 맞이하느라 수업 일정을 바꿔서 24일 왔다가 25일 점심을 먹고 상경했다.


26
일은 내 귀 빠진 날인데, 파도가 밀려오듯 좋은 일들이 연이어 생겼다.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심선생과 화실에서 만남이 있었고 점심을 같이 토속촌에서 청국장으로 먹고, 다시 화실로 와 보라고 창고에서 내놓은 작은 작품들을 살피고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심선생 주변인들의


내 작품 반응이 아주 좋단다
. 내 화첩과 개인전 도록을 여러 종류로 몇 권 씩 가져갔다. 내 생일인 건 오늘 만난 누구에게도 안 밝혔다. 뒤이어 문화재단에서 기획한 원로작가 작품 위탁전시에 30호 전 후의 것으로 세 점씩 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위탁 비용을 작가에게 준단다. 최삼경 작가와 유기택시인이 함께 화실에 들렸다. 갓 출간한 최작가의 장편소설 , 한 자루의 부제로 조선의 반 고흐, 칠칠이 최북 외전이 달렸다. 소식을 듣고 축하 전화를 할 생각이었다.

 

뜻밖에 신간을 들고 화실까지 온 것이다. 유시인도 새 시집 환한 저녁을 서명해 가지고 함께 왔다. 본지도 꽤 됐는데 이런 방문처럼 기쁜 일이 어디 또 있겠는가. 몇 년 전부터 최북을 소재로 한 소설 집필 의도를 들어왔었다. ‘강원화인열전에 이어서 미술계에 큰 기여를 한 거다. 남아있는 호생관의 기록과 자료가 극히 빈약함에도 장편으로 집필을 했으니 그 노고가 얼마일 것인가. 그 시대의 역사와 환경을 파악해야 화가가 어떻게 작품을 했는지 보이지 않겠는가. 참으로 어려운 일을 해냈다. 안선생한테 7~80년대 미술자료 부탁을 받아 쌓인 상자 중 터진 것 하나를 뒤적여 골라내고 있는데 한박사가 왔다. 보청기를 빼고 있어 몰랐었다. 역시 오랜만에 보는 거다.이번에 문화재단에 신청한 남옥선생 매화시 작품전 지원이 확정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가져왔다. 지원 액수도 기대 이상이다. 어쩌자고 기쁜 일들이 하루 종일 이어지는 건지 중심을 잡기가 어려웠다.

 

70년 넘는 평생을 살아오며 이렇게 여러가지 과분한 생일 선물을 받아보지 못했다. 얼떨떨할 지경이다. 어제 밤에는 평소와 다르게 일찍 잠자리에 누웠는데 새벽 4시가 다 되서야 잠이 들고 아침 7시 조금 넘어서 일어나졌다. 겨우 서너 시간을 잔거다. 기분도 뭔가 모르게 찝찝했었다. 안 좋은 생각이 자꾸 들어서다. 좀체로 없던 일이다.장곡시인이 세상을 떠나고 여러모로 마음이 답답하고 불편했었다. 살아오며 거의 가져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그리고 새벽의 기분도 묘했다. 그런데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다른 의미로 붕 떠버린 기분이다. 극적인 반전이라 할 것인가. 근래들어 푹 자고도 오후가 되면 졸려워 한 두 시간 낮잠을 자는 일이 잦았다. 오늘은 도무지 그럴 겨를이 주어지질 않았음에도 피곤한 줄 모르고 시간이 갔다. 별일이 이어지니 그럴 겨를이 없었다. 살다보니 이런 날도 경험한다. 한편으론 더 잘해야 할 무거운 짐을 진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