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마음을 그려낸 에세이] 정열의 꽃 영산홍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23-04-18 12:15:45


황장진

문단데뷔: 1991. 문학세계수필 신인상

강원수필문학회·청계문학회 고문

수필집 : 가나다 타파하, 청년들이여, 고개를 들라, 참 바보

전자 시집 : 항상 장대하라, 항상 빼어나라, 한우리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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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열의 꽃 영산홍

 

아침 동이 불그레 틀 무렵 이웃 대학교 교정에 들어선다. 영산홍 떼 판이 눈에 확 들어온다. 정신이 번쩍 든다. 덜 깬 잠이 싹 달아난다. 새빨갛거나 진분홍색 영산홍이 환한 얼굴로 반긴다. 발걸음을 멈추고 이들을 봐주지 않을 수 없도록 눈길을 잡아끈다. 수백 수천 그루가 한 데 어울려서 어찌 이리 하나 같이 붉고 밝을까!


잡색이라곤 눈을 씻고 봐도 안 보이는 순수한 무리
, 밤새도록 꿀벌이라도 꼬이느라 얼굴에 주름 하나 안 짓고 이리 해맑을까?


영산홍
(映山紅)은 진달랫과다. 4월 진달래꽃이 사라지기 바쁘게 그 바통을 이어받아 온천지를 물들이고 있다. 한반도 곳곳에서 기염을 토하고 있다. 공원, 하천, 길가, 화단, 산자락 온 데다 꽃을 피운다. 붉은 꽃이 대부분이나 노랑이나 하양도 가끔 뽐낸다. “나도 영산홍!”


한 가지 끝에 오로지 한 송이의 꽃만 피운다
. 꽃잎은 겹잎인 것, 길게 갈라진 것, 쭈글쭈글한 것 등 여러 가지로 개성을 빛내고 있다. 꽃잎에는 꽃받침이 정성껏 받치고 있다. 잎은 어긋나고 가지 끝에 모여난다. 잎은 가지와 함께 갈색 털이 보송보송하게 나 있다. 어긋나고 끈적거린다. 키는 작은 한 뼘에서 세 뼘 정도로 말끔하게 잘도 자란다. 비슷한 시기에 피는 철쭉은 암술이 1, 수술이 10개이지만 영산홍은 암술이 1개 수술은 5개밖에 안 된다. 꽃의 형태는 둘 다 종 모양으로 5개로 갈라져 있다. 위쪽 갈래 조각에 적갈색 반점이 있다. 이파리가 1~3cm 정도로 작다. 수술 숫자가 작으니 이로써 쉬 구별할 수 있다.

 

영산홍은 일찍이 조선조 세종 때 일본에서 들여왔다. 그래서 왜철쭉이라고도.


조선 시대 세종과 연산군이 좋아했던 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 일본인들이 철쭉과 산철쭉을 가지고 오랫동안 개량하여 여러 가지 꽃 모양과 색깔을 가진 수백 가지를 만들었다.


영산홍은 일본이 고향이지만 철쭉은 한국과 중국이 고향이다
.


영산홍은 관상용으로 가꾼다
. 습기가 있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을 좋아한다. 유심히 살펴보면 죄다 볕이 잘 드는 곳에 무리를 지어 뽐내고 있다. 영하 7도 정도의 추위에도 잘 견딘다.

 

강릉지방에서는 5월 단오에 단오굿을 지내기에 앞서 음력 4월 보름날에 대관령의 서낭당에서 굿을 하면서 마을 사람들의 재앙을 덜어주기 위해 푸닥거리를 한다. 그런 뒤에 횃불을 들고 긴 행렬을 이루어 산에서 내려오면서 산유화가(메 나리 소리)를 부른다. 이 노래를 영산홍이라고 한다. 이때 부르는 소리 중 일부분을 보면, “영산홍도 봄바람에 가지가지가 꽃피었네. 지화자 영산홍


횃불은 대관령의 국사 서낭당에서 모셔와서 강릉의 홍제동에 있는 여성 서낭신에게
18일 동안 모셨다가 다시 영신제를 올리고서 현장에 내모셔놓고서 단오굿을 펼친다.


영산홍의 꽃말은 첫사랑 꿈 희망이다
. 전국 어디서나 뜨거운 가슴 따스한 사랑으로 보는 이들을 반가이 맞이한다. 젊은 피가 꽉 차게 용솟음쳐 보이는 정열의 꽃 영산홍 너희들 순수한 첫사랑처럼 우리네 삶도 죄다 그리된다면 얼마나 좋으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