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안 최영식 화백의 바리미 일기] 소설[小雪]도 지나고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22-12-06 11:49:13


 

23, 머리가 제멋대로 뻗치고 엉키면 이발할 때가 된 거다. 요즘 계속 그랬다. 오전에 단골인 간동면에 있는 미장원에 들리니 손님들이 여럿 밀려있다. 점심 무렵이라 미장원 길 건너 있는 식당으로 가 생선구이 정식 중에 고등어구이와 가자미구이를 시켜 같이 섞어 먹었다. 일부러 먹자고 오기도 하는 곳이다.

 


식후에 들려도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며 주인장이 허리가 아파 치료받으러 다니는 형편이란다. 결국 다음으로 미루고 돌아왔다. 오후 3시에 수업인데 2시경 부터 온 분도 있어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세 명이 모두 출석
, 오늘이 종강이란다. 김여사는 소나무 작품 배접까지 해와서 미진한 부분 손보고 완성했고, 정선생도 산수화 한 점 미완성인 것 가져와 내가 나무 두 그루 전경에 넣어주자 작품이 확 살아났다. 신선생도 충실한 수업을 받았다. 수업 끝내니 회식을 염두에 뒀는데 서로 시간이 안 맞아 거둔 비용을 내게 봉투에 넣어줬다. 집사람과 오붓한 외식을 하란다. 마음 써줌이 고마웠다. 만족하니 개운하다.

 

오후 6시 반 경, 달샘과 시내로 나갔고, 나 혼자만 갤러리 4f’에 올라가 이날부터 시작한 강일언론인회 소장 품전을 둘러볼 수 있었다. 정식 개막식은 내일 23일 한다. 전시장엔 이인영 회장, 최용주 부회장, 박설영 전 출판국장이 전시장에서 반갑게 맞아줬다. 출품작들이 다채롭고 풍성해 갤러리 3,4층을 가득 채웠다. 유용태 선생과 내가 자문을 담당해줬다. 전시장을 둘러보며 내가 아는 범위에서 작품들을 설명해줬다. 거의 대부분이 해석 가능한 작품들이다. 내 작품으론 보헌시절 연하장 두 점이 나왔고, 요즘 작품 두 점을 찬조 출품했다.


팜플렛엔
48점이 수록됐고, 전시 작품은 더 많다. 장일순 선생의 청강시절 글씨 두 점, 무위당시절 글씨와 묵난도, 소헌 박건서 은사님의 문인화8곡병, 차강 박기정 선생의 묵매도 두 점, 일붕 서경보 큰스님의 글씨, 해강 김규진의 풍죽도, 청곡 윤길중 전 국회부의장의 글씨 두 점과 백목련도, 이한동 전 국무총리의 연하장 글씨. 영친왕비 이방자여사의 청포도 등 다양하다. 춘천, 원주, 강릉을 비롯 지역 작가도 고르게 있는 편이다.

 

강원일보가 창간된지 77주년이다. 강원일보 퇴직 언론인들이 그 기념으로 마련한 소장품전이다. 문화창달이 사시[社是]에 들어 있듯 지역 문화예술을 위한 기사를 무수히 써왔다. 나도 혜택을 많이 본 사람이다. 국전 입선 기사를 6단 박스기사로 내주면서 시작해 50여년 간 내 활동을 꾸준히 다뤄줬다. 특히 사진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신문사가 화실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지근거리에 있어 문화부 기자는 물론, 신문사를 방문하는 예술인들이 볼일 보고 화실에 들렸고, 기자와 시간 약속을 하고 기다리는 곳이기도 했다. 내 화실이 문화사랑방도 겸했던 시절이 있었다. 전시회에 출품할 내 작품사진들을 사진부에서 전담해 찍어주고 바로 현상까지 해줬다.


그 세월이
20여 년이다. 강표원사장 시절, 회사 안을 둘러보다 사진부에 있는 나를 보시곤 신문사 사진부가 묵촌화실 부설 사진부도 겸하고 있다는 농담도 하셨다. 문화부도 미술관련 모르는 게 있으면 내게 물으러 달려왔다. 내가 산막골로 들어가며 끝났었다. 그럼에도 개인전을 하면 늘 도록용 작품사진을 전담해줌은 여전하다.

 

20181114, 산막골에서 나와 발산초당에 입주를 했다. 벌써 꽉 채워 4년이 됐다. 그 후 2019821일 옥천동에 화실을 구해 입주, 3개와 중심에 지붕 아래 봉당이 있는 아담한 건물로 강원도건축사회관과 붙어있는 주택이었다. 춘천예총 창작관 402호실은 산막골 들어간 후, 20045월에 입실해 옥천화방을 구한 뒤 반납했다. 산막골에서 시내 외출 나오면 급한 작품을 하거나 사람을 만나고 머무는 등 요긴하게 사용한 공간이었다.


16
년을 이용했다. 다시 발산초당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산천2리 마을회관 2층으로 옮긴 건 202155, 산천화루라 이름했다. 증축한지 3년 된 새 건물이라 건물의 단열이 잘됐고, 지금까지 사용해본 시설 중 가장 편리함을 잘 갖춘 공간이다. 현관, 화장실, 방 하나에 화실로 사용할 넓은 공간에 주방시설이 있다. 바닥은 전기판넬, 난방이 적은 비용으로 잘된다. 에어컨까지 설치, 50년 화필생애에 가장 좋은 환경의 화실이다. 2층에 계단으로 오르면 탁자와 의자를 둘러놓을 적당한 여유공간과 밖의 수도시설도 있다. 좋은 작품만 하면 된다.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