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안 최영식 화백의 바리미 일기] 사여골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21-04-20 10:54:52

 

▲ 우안 최영식 화백. 


발산리에서 화천쪽으로 뚫린 새밑터널을 빠져나가면 금방 양통리가 나온다
.


춘천시 사북면이다
. 용화산이 아주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펼쳐져 보인다.


여기서 용화산자연휴양림쪽으로 계곡 따라 더 올라가면 사여골이 시작된다
.


휴양림도 사여골에 자리잡았다
. 용화산 자락이 발에 밟힌다. 자락들은 동산처럼 얕으막하나 온통 바위들로 이뤄져 있다. 계곡의 바닥도 쭉 암반으로 이뤄져서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계류가 범람해도 물빛은 탁해지지 않을 듯싶다. 청평사 계곡이 그렇듯이. 발산리서 사여골까지 8킬로, 20리 길이다. 걸어서 가도 2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나온다.

 

49일이었던가 현곡시인이 사여골에 작업실로 쓸만한 공간이 있다는 말을 전하며 가보자 했다. 양통마을이야 수없이 지나다녔지만 양통 위쪽, 용화산 바로 아래 있는 사여골은 처음이다. 용화산 자연휴양림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 등잔 밑이 어둡다 할 것인가. 비록 차타고 휴양림관리사무소까지만 다녀왔어도 아름다운 계곡이 마음속에 인상 깊게 새겨졌다. 작품 소재가 풍성해 보여서다. 인공이 가해지지 않은 천연정원 같았다. 용화산 턱밑이다. 작업공간의 터전은 더 바랄나위없이 좋았으나 공간이 모두 좁았다. 그 실망을 생각도 못한 휴양림 계곡이 풀어주었다. 사여골을 알게 된 건 꼭 내게 주는 선물만 같다. 화천쪽으로 터널 두 개만 지나면 구화곡과 주변도 매력이 있다.

 

이웃마을인 산천리에도 작업실로 쓸만한 공간이 있다는 걸 알았다. 내가 마음먹은 만큼은 아니지만 입에 맞는 떡을 만나기란 얼마나 힘들든가. 한 가지가 좋으면 한 가지가 부족하기 마련이다. 옥천화방보다는 공간이 넓다. 아쉬운 대로 여기서 작업을 하며 더 좋은 공간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찾아보려는 생각이다. 일단 구화곡과 사여골이 가까이 있다는 여건을 받아들이려 한다. 내 산수화의 특색을 만들어 보자는 의욕이 생긴다. 그 바탕을 이룰 자연으로 유용할거라 여긴다. 거창하진 않아도 다감하다.


현대 한국산수화의 또 하나 전형을 창출해보고 싶어진다
. 나만의 미감을 표현하고 싶다.

 

14일부터 문화원 현장학습이 시작된다. 작년 가을 3개월간 5명이 수, 목에 와서 공부했다.


공간이 좁아서지만
32명이 나뉘어서 학습했다. 현장학습 취지에도 맞춤이었다. 그러나 내 입장에서는 여간 번거롭지 않았다. 양 쪽을 오가며 바빴다. 이번 학기는 일주일에 한 번 수요일에만 수업한다. 산천리에 작업실이 옮겨진다면 한 공간에서 거리두기 하며 공부가 가능해진다. 문화원에서 선발을 한다. 이번엔 과연 어떤 분들과 만남이 생길지 궁금해진다.


근 반 세기 동안 붓을 잡았으나 만족스럽 작업환경을 못가져봤다
. 어떤 공간도 불편함이 따랐다. 자연 환경이 좋고 교실 네 칸을 사용한 산막골도 그랬다. 작업 여건이 열악했었다.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해왔다
. 앞으로도 다를 바 없을 터이다. 그게 내 장점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