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안 최영식 화백의 바리미 일기] 바람많은 봄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21-04-13 11:06:31

 


날씨 변덕이 많은데다 바람까지 많은 봄이다. 아직 밤낮의 일교차가 크기도 하다. 밤엔 서늘하고 낮엔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날만큼 기온이 높다. 7일인 어제도 오늘도 날씨는 맑고 기온도 올랐지만 바람이 종일 불었다. 강하거나 거칠다고 하기도 그렇고 약한 바람은 아닌데 집 밖을 나가 산책을 하면 바람에 휘감기는 그런 기분이 든다. 자연은 꽃대궐이다.


수겸초당은 제비꽃이 주인공으로 사방에 쫙 깔려 피어있는 중이다
.


주인공이 제비꽃이라면 꽃다지와 민들레도 조연급 수준은 된다
.


집 앞 매원은 해걸이를 하는가 꽃들이 빈약하게 피어서 아쉽게 한다
.

 

자연의 바람뿐만 아니라 내 생활에도 바람이 부는 듯 하다. 4월들어서 여러가지 변화의 징조들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갑자기 작품이 나가며 얼마간의 돈이 들어왔고 이것으로 대작을 할 허름한 공간을 물색하는 중에 있다. 종가집이 나타났다 물거품이 되고 이웃 동네 마을회관이 등장했다.


보청기 때문에 불편이 커서 어제는 귀걸이형 새 보청기를
70만원 주고 구입해 사용 중인데 익숙지 않아 선가 썩 만족스럽지가 않다. 쓰던 것은 나라의 지원금을 받아 가장 고액의 3백만원 대 귀걸이형이었건만 배터리 넣는 곳이 잘 떨어지고 접속도 불량해 사용하는데 애로가 많았었다.

 

부귀리 지인 댁에도 오랜만에 갔었는데 마침 명물인 벚꽃이 최절정이어서 뜻밖에 벚꽃 구경 호사를 누리기도 했다. 산막골 들어간 후 2년째에 심은 벚나무들이 이젠 시홍보지 봄내 표지에 나올 정도로 유명세를 타는 중이다.


산막골
19년 살면서도 어제처럼 잘 핀 꽃들을 거의 못봤었다. 좀 이르거나 절정을 지난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벚꽃보러 온 사람들이 드믄드믄 있었다.


상추곡의 지인 부부까지 와서 저녁을 부귀리 댁에서 먹었다
. 오랜만의 만남이다. 자연은 꽃피고 새순들이 왕성하게 솟아나는데 인간사는 코로나19로 예전 같지가 않다. 인간의 지나친 욕망을 이런 방식으로 조절하려는 것이리라.

 

세상도 코로나19 때문이든 변화의 과정을 밟는 중이고 나 또한 그런 듯 하다.


어떤 방향으로 갈지 내다 볼 혜안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 내가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것도 아니요. 수동적인 것도 아닌, 생겨나는 흐름과 호홉을 맞춰가는 격이다.


늘 그런 식으로 살아온 편이다
. 한 곳에서 안주하는 사람이 드믈기는 하지만 그런 분들이 부러울 지경이다. 젊어서는 무모할 정도로 해냈는데 이젠 마음과 달리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 노인이란 의식을 해보지 않았다. 의식할 계기나 겨를이 없기도 했다. 행동에 민첩함이 점차 무뎌질 때 인식을 하게 된다. 근래의 일이다.


건망증과 기억력 쇠퇴도 느끼는 빈도가 잦아지며 나이를 실감하고 당황하게 된다
.

 

내 예술의 성취가 어디까지 일지는 모른다. 분명한 것은 숨이 멈추기 전까지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거다. 74년 국전 입선부터만 쳐도 47년의 화력이다. 73년 묵촌화실에 입문해 그해 연말 묵촌회전에 산수화를 출품했다. 한국화에 입문부터 치면 48년째다. 화가의 뜻을 둔 시기부터라면 50여년이 된다. 그 긴 세월 그림밖에 모르고 살아왔다. 청력장애는 그림에 몰입하는데, 독서하는데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영양실조와 과로로 인해 청신경이 망가져 청력장애가 온 특이한 경우이다
. 세상은 인류사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해왔다. 점점 더 속도가 빠르다. 발전이란 명분으로 바람이 쉬지않고 불어온 세기이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어 가는 중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