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새봄을 여는 시] 지하철 차창에 비친 당신
송마리아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21-02-23 12:01:42

 

 

송마리아

 

참 오랜만에

당신과 나란히 섰습니다

지하철 차창에 비친 당신 모습이 선명히 보입니다

 

손잡이에 의지해

흔들리며 선 당신의 주름진 얼굴

그 주름들 사이에 담긴 굴곡진 세월의 켜 켜를

목적지에 내릴 때까지 찬찬히 떠올리며 읽었습니다

서로의 뾰족함에 찔리고 상처 받으며

그렇게 면역되고 길들여지길 수 십 년

이제 서로 물꼬를 트고 물길을 바꾸며

거친 계곡을 흘러 너른 들판에 다다랐습니다

 

주름이 생긴다는 것은

느슨해진다는 것의 다른 말 아닐까요

들판의 자운영, 엉겅퀴 어울려 살듯

다름을 인정하며 더 느슨하게 흘러가요

 

그래요 이젠 되돌아 건널 수 없는 강물입니다

계급장처럼 그어진 그 주름이 바로

지나온 우리네 인생의 강인 게지요

강이 깊어져도 잡은 손 놓치지 않고 끝까지 갈 사람

당신은 나의 든든한 밧줄이자 버팀목입니다

 

발도 예쁘다고 에둘러 표현하는

멋쩍어 하는 당신의 어설픈 화법이

사랑한다는 말 보다 더 깊이 와 닿는 것은 무슨 까닭 인가요

나란히 선 사람이 당신 아니면 이제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 아실 테지요

아프지 마세요 당신 우리의 시계바늘이 멈춰지는 그날까지

 

 약력

- 2018년 월간모던포엠 등단

- 월간모던포엠 최우수신인상 수상

- 강원교원문학상 수상

- 춘천시울림동인회 회원

- 춘천여성문인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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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여성문인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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