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마음을 그려 낸 에세이] 지금은 화를 다스려야 할 시대

지소현 승인 2020-12-15 11:04:29


 

지소현 본지 공동대표

강원문인협회 이사, 강원수필문학회 부회장 등. 수필집: 지혜로운공존 외 3.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강사. 강원문화예술인 유공자(문학부문)표창 등 다수.

 

성서에서는 노를 다스리는 자가 성을 빼앗은 자 보다 낫다고 했다. 이는 분노라는 감정이야말로 가장 힘센 적이라는 뜻이다. 가끔 언론에서 사소한 시비 끝에 폭력범, 살인범이 된 비극적 사건을 본다. 이는 표출하면 할수록 가속도가 붙어 제어되지 않는 노함의 결과다. “화가 나면 무슨 말은 못하랴.”라는 통념이 있다. 오래전부터 인간의 폭발적인 감정에 대해서 어느 정도 수용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한계가 어디까지가 적당한 것일까?


들여다보면 분노라는 감정은 상대방에 대한 기대가 빗나가서 섭섭하거나 속상한 마음의 본질이다
. 그래서 상대를 이해시키면서 내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건만 대부분이 익숙하지 못하다. 따라서 사회 곳곳이 시끄럽다.


과학자들은 화를 내면 호르몬에서 독소가 나온다고 했다
. 실제로 일본의 한 의과 대학에서 실험한 이야기다, 개를 묶어놓고 괴롭히며 성나게 한 다음 뇌 수액을 검사해보니 개 80마리를 죽일 수 있는 양의 시안이라는 독소가 검출됐다고 한다. 문제는 그것이 남을 죽이는 독소인 만큼 자신에게도 치명적이라 한다. 이처럼 나도 해치고 남도 해치는 극약이 어떻게 하면 방출하지 않을 수 있을까.


우선 나부터 누군가의 심사를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 예를 들면 꼴 보기 싫어.”라고 말하고 싶을 때 내가 힘들어. 좀 도와줘.”라고 우회하는 것이다. 그리고 남이 나를 화나게 할 때도 습관적으로 참으면 병이 된다고 한다. 그럴 때는 심호흡을 한 후 이성적으로 감정을 전달하거나 그것이 되지 않으면 자리를 피하라고 했다. 화가 난 상태에서 이런저런 말이 오가면 독설이 되고 관계가 깨지기 때문이다.


문득 화를 자주 내는 지인이 생각난다
. 그가 친척 언니를 증오심에 가득 차서 헐뜯는 것을 보았다. 사연인즉 그의 차에 친척 언니를 태우고 장을 보러 갔을 때, 언니가 남들 앞에서 자기를 운전기사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운전 못하는 불편을 덜어 주려고 필요할 때마다 태워주었더니 부려먹는 기사쯤으로 여기고 있었다고 열을 냈다. 자존심 상해서 다시 또 만나지 않겠다고 선언도 했다. 내 생각에는 농담으로 치부할 수도 있는 사안이건만 그에게는 감정을 다친 일이 된 것이다. 평소 언니에게 열등감이 있었든지 아니면 사는 동안 위축감만 잔뜩 응축되어 있었든지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하기야 국회의원들도 화를 참지 못해 치고받고 종교인들도 치고받고 하는데 평범한 사람들의 인간관계를 어찌 흉볼 수 있겠는가.


지나온 경험들이 축적되어 개인의 성격이 되고 화를 내는 것도 습관이라고 한다
. 조직이든 개인이든 화 잘 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우리의 과거가 전반적으로 험난했다는 증거 아닐까. 질곡의 일제강점기, 폐허가 된 동족상잔, 허리띠 졸라매며 잘 살아 보자고 외쳐댄 시절을 지나 분배의 평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투쟁했다.


이제는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섰으니 각자의 마음속 화라는 적을 몰아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 매일 매일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합리적인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행복한 삶을 산다고 한다. 나부터라도 백세시대 행복을 위해 분노 다스리는 법을 배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