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佳鄕 김왕제 시인(평창출신, 강원도청 전 부이사관, 전 횡성군 부군수)
△시집: 『그리움이 가득한 길을 걸으며』, 『산책』, 『매혹』, 『거기 별빛 산천』, 『고무신』
거스름으로 받은 헌 돈 한 장
비뚤비뚤 맞춤법도 안 맞는 낙서
‘지향이내 7천 냥’이라는 연필 글씨
한 모서리는 신문지로 덧붙이고
구겨졌던 자리마다 남은 많은 선
김칫국물이 묻어 마른 붉은 자국
노점상 할머니가 거스름돈으로 준 돈
주머니에 넣고 조물조물 만지니
우련하게 나타나시는 우리 할머니 모습
생전에 타향으로 떠나는 어린 나에게
속곳 쌈지에서 꼬깃꼬깃 접힌 헌 돈을
외양간 뒤로 데리고 가서 몰래 주셨지
오늘 내가 거슬러 받은 이 헌 돈에는
하양 머리카락 할머니가 어른어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