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영혼을 울리는 시 감상] 감 자
佳鄕 김왕제 시인(평창출신, 강원도청 부이사관, 전 횡성군 부군수)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20-06-23 11:01:47

 

佳鄕 김왕제 시인(평창출신, 강원도청 부이사관, 전 횡성군 부군수)

시집: 그리움이 가득한 길을 걸으며, 산책, 매혹, 거기 별빛 산천, 고무신

 

 

감 자

 

꾀꼬리 앞산으로 날아가는 봄날에

강원도 온 고을마다 가족들이 모여서

고르고 고른 밤톨만한 실한 씨감자를

길고 긴 이랑이랑 도드라진 두둑에

고이 심은 씨감자마다 잎과 꽃이 피고

기다리먼 하지에 황갈색 흙을 헤치자

큰손자 불알같이 희멀건 햇감자 방긋

시골집 마당가에 무궁화꽃 만발하고

땡볕도 달갑게 키우던 잎이 질 때에

북 덮은 두둑 위로 삐죽 머리 내밀어

어울려 품앗이하며 거둠이 할라치면

주인이 삶아 내온 따끈따끈한 피감자

울퉁불퉁 볼품없이 멋대로 생겼어도

주인 마음 닮은 하양 속살이 팍신팍신

호박잎에 싸서 먹는 맛을 어이 알랴

허기 가신 일군들 참매미소리 들으며

땀방울 비 오듯이 떨어져도 캐는 감자

강원도 고을마다 감자 마대 쌓인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