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에세이 한편] 나를 돌아보는 거울

연제철 승인 2020-06-16 11:29:25


 

연제철 본지 기자(수필가, 화가, 시인)

 

이제 며칠 안 있으면 낮이 가장 길다는 하지다. 녹음도 짙어질 대로 짙어져 숲만 보아도 한해의 반이 훌쩍 지나감을 알 수 있다. 세월의 흐름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자연 순리다.


맷돌 호박같이 무르익어가는 거울에 비쳐진 나를 아침마다 본다
.


주름도 많아지고 머리에는 된 서리가 내렸다
. 내가 벌써 정년퇴직 17년이란 세월이 훌쩍 지났다고 하니 친구들이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놀린다. 그러나 세월은 흘렀으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표정들이다. 25년 간 젊음을 아낌없이 충성하나의 의지로 군 생활을 했다.


몸은 비록 농익어가지만 마음만은 아직 청춘이라 자부한다
. 군에서 퇴직 후 선비로써 사회 자원봉사에 필요한 학과를 전공했고, 유익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시인, 수필가, 한국화가 등 예술가로 재능 봉사도 하며 참된 사랑을 주는 나눔 사랑 전령사로 생활한다. 남이 보면 매일 집을 나섰다가 저녁에야 돌아오는 나를 보고 한심하다 하겠지만, 나름대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보람되게 보낸다.


그러나 거울을 보며 과연 너는 남을 위해 내어줄 수 있는 능력을 지녔는가를 반문하곤 한다
. 내 자신에게 문답을 한다. 아직도 끝없는 예술가의 길, 자원 봉사자의 길을 향해 부족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반성하며 다독거린다. 너는 할 수 있어, 안 되면 되게 하라, 그리고 답을 찾으려 부단히 노력하라 되새기며 최선을 다한다.


요즘 매스컴이나
SNS에서 듣고, 보면 상대방을 매개로 내 자신의 속을 채우기 위한 안타까운 현실을 대한다. 그러고 나서 내 탓이 아니고 상대방 탓이라 오리발을 내밀고, 심지어는 목숨까지 저버리게 하는 못된 사람들이 많다. 남을 밟고 올라서 출세, 부 축적 그 무엇이 중하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힘이 세졌다고 그 동안 해왔던 당연한 사실인데도 무시하고 갖은 직책은 독차지하고 단독으로 행하려는 정치인들도 눈 사납게 한다. 한심하고 가소롭다.

 

완전한 사람이란 없다. 옛 성인의 말씀에 참된 사람은 난 사람, 된 사람, 든 사람이라 했다. 나는 이 세 가지 유형에 절대적으로 들지 못함을 익히 알고 있다. 다만 현대 선비로써 옛 성인의 인간 됨됨이 덕목을 준수하고 남보다 티 나지 않게, 뛰어나지 않게 묵묵히 자신을 단련하고, 이익만을 위해 순진한 상대방을 무시하는 행태를 배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산다.


매일 거울을 보며 나는 과연 깨끗하게 거울을 바라보고 있는가
.


더러운 짓을 해 맑고 깨끗한 거울이 흐려질까 두려워 마음을 가다듬고 깨끗해지길 위해 닦고 또 닦는다
. 60년의 세월을 살아오면서 잊은 사연이 별로 없었는데 요즘은 무엇인가 자주 잃어버려 한심할 때가 많다.


100
세 시대라 하지만 내 자신이 맷돌 호박 황금색으로 점점 익어 감을 직감한다. 나무가 열매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열리면 스스로 낙과를 시켜 조절하고, 꽃도 시간이 지나면 낙화됨을 당연히 받아들이듯이 내 자신도 쉼표를 지나 마침표로 향함을 마음에 간직하고 무엇 하나 제 대로 이루기 위해 새로운 걸음과 힘차게 숨을 쉬며 생활한다.


조금 힘들고 지치면 숨을 추스르며 남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도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는다
. 이를 위해서는 내 자신을 낮추고, 버릴 것은 과감히 버려야하고, 또한 목표 달성을 위해 강철보다 강하고, 약할 때 더 강건한 체력과 정신력을 갖춰야 함을 깨우쳐 본다. 그리고 참된 나를 찾아보고 매일 아침 거울을 볼 때 당당하고 깨끗한 내 모습을 볼 수 있게 속으로 외쳐본다. 먼저 내 자신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