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복지단상] 제21대 국회는 “장애인학대처벌특별법” 제정해야
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 성명서 발표에서

지소현 승인 2020-06-02 14:22:16


 

지소현 본지공동대표

 

아직도 진행형인 코로나19”의 사태는 모든 이를 우울하게 한다. 몇 달째 두려움에 갇혀 살다보니 더러는 타인의 아픔에 둔감해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일깨우듯 지난 511, 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사장 김성재, 이하 권익연구소)가 성명서(본지 19일자 개재)를 발표했다. 530일자로 임기가 시작되는 제21대 국회를 향해서다. 내용은 묶인 채 굶고 맞아 숨지는 장애인, 정부와 국회는 장애인학대 처벌 특례법으로 답하라이다. 이는 장애인 모두에게 전적으로 동의 받을 수 있는 외침이다.


속담에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것이 있다. 그런데 가까운 주먹도 가지지 못하고 먼 법 의 힘도 기댈 수 없어서 마치 허공에 나부끼는 거미줄처럼 위태로운 삶을 사는 사람들이 바로 장애인들이다.

 

권익연구소 성명서에는 우선 최근 발생한 장애인학대 사건들을 밝혔다. 첫 번째로 201912, 대전의 20세 남성 지적장애인이 친모와 활동지원사의 폭행에 의해 사망한 사건이다. 가해자들은 피해자를 지속적 반복적으로 구타했고 개 목줄과 목욕타올 등으로 묶어 화장실에 가두고 밥도 주지 않았으며, 급기야 빨랫방망이로 수십 차례 때려 외상성 쇼크와 다량 출혈로 사망하게 했다. 이를 권익연구소는 보호 의무가 있는 가족과 활동지원사에 의해 끔찍한 범죄가 일어난 사실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고 개탄했다.


이어 올
4월에 중학생들이 지적장애인 동급생을 불러내어 축구공처럼 걷어차고 폭행해, 피해자가 두개골 절제술을 받은 사건, 3월에 한 장애인 시설에서 지적발달장애인들을 폭행하고 고추냉이 탄 물을 마시게 한 사건, 1월에 장애인시설의 재활교사가 지적장애인들에게 서로 폭행할 것을 지시한 사건 등이다.

 

이러한 장애인 학대에 대처하는 국가의 안전망은 어디에 있는지, 사회적 약자에게 벌이는 심각한 범죄에 국가가 지금껏 무성의하고 무책임 했다고 강하게 꼬집었다. 또한 지난해 세간을 발칵 뒤집었던 잠실야구장 노예사건도 들췄다. 이는 십 수 년 간 자행된, 장애인 노동착취를 겸한 학대사건이었고 가해자 중 한 명이 피해자의 친형이어서 충격을 더했다. 물론 이들은 법적 심판을 받았으나 기소중지 또는 벌금형 100만원에 그침으로써 실망감을 주었다. 즉 한 인간이 다수의 타인들에게 억압된 채 매 맞고 착취당한 십 수 년이 벌금 100만원으로 평가 받은 것이다. 이는 기존의 형법으로는 장애인 학대 문제가 결코 해결될 수 없음을 입증하고 있다. 특히 장애인에 대한 가해자가 가족이나 시설관계자 등 대부분 가까운 사람들임을 감안 할 때, 법이 장애인학대 범죄 개념을 새롭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사법절차 중 가해자들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도 담아내야 한다.

 

돌아보면 2014염전노예사건이 드러났을 때 여야가 앞 다투어 염전노예 특별법을 발의했었다. 하지만 결국 회기 내 처리하지 못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옹호단체가 새삼스럽게 성명서를 발표하며 분개하는 이유도 이러한 정부의 소극적 태도 때문이다. 부디 이번 제21대 국회는 장애인이 가족과 주변을 믿고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장애인학대처벌특별법을 반드시 마련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