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佳鄕 김왕제 시인 (평창출신, 강원도청 부이사관, 전 횡성군 부군수)
△시집: 『그리움이 가득한 길을 걸으며』, 『산책』, 『매혹』, 『거기 별빛 산천』, 『고무신』
방 비워 달라는 집주인 말에
허둥대며 옮겨 온 셋방엔
조그만 창문이 하나 있습니다.
겨울이 채 오기도 전에
낡은 창문에 피어난 서리꽃은
창문너머 다채로운 형광 광고판을
낯설게 하더니
아내에게 정종 한 병 들려서 보내지 못한
아버님 생신 아침에
서리꽃이 하얗게 다시 핍니다.
햇살이 비집는 서리꽃 사이로
고기 없는 미역국 사발에 뜨는
늙은 어머님 모습은 웬일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