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영혼을 울리는 시 감상] 서리꽃
△佳鄕 김왕제 시인(평창출신, 강원도청 부이사관, 전 횡성군 부군수)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20-05-12 10:46:48


 

佳鄕 김왕제 시인 (평창출신, 강원도청 부이사관, 전 횡성군 부군수)

시집: 그리움이 가득한 길을 걸으며, 산책, 매혹, 거기 별빛 산천, 고무신

 

방 비워 달라는 집주인 말에

허둥대며 옮겨 온 셋방엔

조그만 창문이 하나 있습니다.

 

겨울이 채 오기도 전에

낡은 창문에 피어난 서리꽃은

창문너머 다채로운 형광 광고판을

낯설게 하더니

아내에게 정종 한 병 들려서 보내지 못한

아버님 생신 아침에

서리꽃이 하얗게 다시 핍니다.

 

햇살이 비집는 서리꽃 사이로

고기 없는 미역국 사발에 뜨는

늙은 어머님 모습은 웬일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