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장애아가족 양육지원사업‥공모전’ 수상작 연재-③
우수상 ‘돌봄선생님에서 지역사회의 지인으로’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23-02-07 11:07:25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장애아동 가족의 일상적인 양육 부담을 덜어주고, 보호자의 사회활동을 돕기 위해 돌봄서비스, 장애아 돌보미 양성, 휴식지원프로그램을 지원 하는 장애아가족 양육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매년 우수사례를 발굴하기 위해
장애아가족 양육지원사업 서비스 이용 및 제공 사례 공모를 실시, 시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총 모두 36개 작품을 접수, 심사를 통해 총 8편의 수상작을 선정해 지난달 21일 장애아가족 양육지원사업 보고대회 석상에는 시상식을 진행했다.


‘2022
년 장애아가족 양육지원사업 서비스 이용 및 제공 사례수상작 중 최우수상 1, 우수상 2편을 연재한다.

  

우수상 돌봄선생님에서 지역사회의 지인으로’ - 강찬식(한국장애인부모회 충북지회 소속/돌봄서비스 이용)

 

 

 

 

 

2020120일은 생애 첫 경험이자 인생의 가장 감동적인 날입니다. 선천성 복합장애를 가진 나의 아이가 39개월 1주의 오랜 기다림 끝에 태어난 것입니다.

 

 

임신 18주차에 병원에서 태아 초음파 검사를 했습니다. 당시 의사 선생님의 주저하는 모습과 평소 30분도 안 걸리던 검사가 2시간이 넘게 진행되는 것을 보며,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요. 의사 선생님께서 선천성 심장질환입니다. 치료가 까다롭기는 하나 완치가 가능한 질병이니 너무 걱정 하지 마세요.”라고 하시더군요. 놀라긴 했지만, 우리 부부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로 하였습니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는 심장질환만이 아닌 우안 소안구증과 좌안 무안구증으로 시각장애를 동반한 복합장애아로 태어났습니다. 심장수술과 안과치료로 바쁘게 지내며 아이는 첫 돌을 맞이했습니다. 그 즈음 아이가 시각장애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하면 일상생활에 차질이 있을 것을 우려한 우리 부부는 ○○맹학교에서 시각장애아 학부모 세미나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듣고 단숨에 달려갔습니다.

 

교육과정 중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 있는 맹학교 선생님의 강의가 있었습니다. 교육을 마친 후 그 선생님에게 아이 양육과 관련하여 상담을 받았습니다.

 

맹학교 선생님께서는 만 3세 미만이라도 특수교육법에 따라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며, 학교에 나와 교육을 받아 보기를 권유하셨습니다. 우리 부부는 맹학교 등하교 도움이 필요하여 주민센터에 아이돌봄서비스를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정도가 심한 장애아의 경우에는 장애아가족 양육지원사업의 돌봄서비스만을 이용할 수 있다며, ()한국장애인부모회 충북지회를 안내해 주었습니다.

 

먼저 전화 상담을 했습니다. 상담 선생님은 아이의 연령대가 아직은 어리고 특수학교에서 충분한 활동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보다는 장애아가족 양육지원사업의 돌봄서비스가 적합하다는 정보를 주셨습니다. 또한 추가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시간과 서비스별 장단점에 대해서도 여러 사례를 예로 들어 설명해주셨습니다. 이때 만난 상담 선생님은 아직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 부부는 오랜 상의 끝에 여러 서비스 중 장애아가족 양육지원사업의 돌봄서비스를 신청해, 돌보미 선생님의 서비스를 받기 시작하였습니다. 아직 아이가 많이 어리고 낯을 가리기 시작한 터라, ‘낯선 선생님께 어린아이의 온전한 등하교를 맡길 수 있을까?’, ‘아직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나이에 엄마 아빠가 힘들더라도 직장을 포기하고, 직접 등하교시키며 아이의 교육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으나, 아이의 학교 스케줄까지 섬세하게 관리해주시는 선생님의 세심함을 보고 이내 마음을 놓았습니다.

 

코로나가 한참 유행하던 20224월 어느날 학교를 마치고 아이가 집에 온 아이가 갑자기 구토를 하고 고열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막 둘째를 출산한 아이 엄마는 신생아인 둘째 때문에 첫째 아이를 돌볼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급하게 직장에서 조퇴하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직장에서 집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립니다. 제가 집에 도착하기 전까지의 1시간이 문제였습니다. 어쩔 수 없이 돌봄서비스 시간이 아닌데도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근무시간이 아니라도 제가 돌보는 아이가 아픈데 당연히 도와드려야죠.”라며 코로나가 의심되는 첫째 아이를 맡아 주셨습니다. 덕분에 신생아인 둘째와 아이 엄마는 코로나 음성으로 자가격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내 아이가 아니고 돌봄시간도 아닌데, 심지어 코로나 의심환자임에도 불구하고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와주신 돌보미 선생님을 생각하면 큰 감동이 몰려옵니다.

 

아이가 만 2세가 되고 여러 검사를 통해 발달지연 및 언어 지연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사 온 지 1년밖에 안된 우리 부부는 아이 치료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습니다. 어느 곳으로 가야할지, 어떤 선생님을 만나야할지 막막했습니다.

 

이때 돌보미 선생님께서 여러 치료기관과 전문가들을 추천해주시고, 발달 바우처와 지원 받을 수 있는 재단까지 소개해줘 지금까지 치료를 잘 받고 있습니다. 우리 부부가 아이 문제로 고민할 땐, 다른 아동의 사례를 들어 문제를 짚어주십니다. 이런 전문성 있는 모습만으로도 항상 마음 편안하게 아이를 맡기고 있습니다.

 

또한 등하교 시 아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오늘 상태는 어떤지 등 그날 그날 아이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전해주십니다. 우리 부부가 집에 있는 날에도 장애부모에게는 휴식시간이 필요하다며, 우리 집 문 앞까지 안전하게 아이의 등하교를 도와주십니다. 아이를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돌봐 주시는 모습에 항상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이는 돌보미 선생님이 오시면 항상 웃으며 맞이합니다. 이런 아이의 모습을 보면 선생님이 정말 사랑으로 내 아이를 대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장애아가족 양육지원사업의 돌봄서비스를 통하여 만난 선생님은 이제 저희 부부가 가장 좋아하고 의지하는 지역사회 지인입니다.

 

장애아를 낳고 우리부부는 딱 하루 울었습니다. 하지만 낳은 아이 잘 키워 반짝반짝 빛나는 별 같은 존재로 만들어보자고 결심하고 지금껏 아이에게 사랑을 주고 일상생활을 위한 교육에 전념하였습니다. 아직은 초반이고 갈 길이 멀지만 주위의 도움과 다양한 정부정책을 바탕으로 사회에 도움 되는 아이로 만들어볼까 합니다.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시선도 많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모두의 응원을 받아 부족한 우리아이 잘 키워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