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영혼을 울리는 시 감상] 할미꽃
佳鄕 김왕제 시인(평창출신, 강원도청 부이사관, 전 횡성군 부군수)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20-04-14 10:41:45


 

佳鄕 김왕제 시인 (평창출신, 강원도청 부이사관, 전 횡성군 부군수)

시집: 그리움이 가득한 길을 걸으며, 산책, 매혹, 거기 별빛 산천, 고무신

 

들풀도 나지 않은 이른 봄날

지난해 겨울 혹한에 동사한

산 너머 마을에 할머니 소식

전설처럼 일러주는 애잔한 할미꽃

 

행여 못된 손길 닿을까

암벽 틈바구니 깊이 뿌리내리고

꽃받침마다 인정 어린 솜털 돋아

고결하고 우아한 보라색 할미꽃

 

아무리 어렵고 힘에 겨워도

누구에게도 내색하나 하지 않고

자식들에게 쏟은 사랑과 희생

그러나 자식들은 다 모르지

 

세상살이가 다 그렇고 그렇다며

힘에 겨워도 이겨내며 살라고

슬퍼도 절대 내색하지 말라고

먼저 고개 숙이는 할미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