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 한 편의 여유] 11월에
천기웅 시인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19-11-06 10:06:02



11월에

 

천기웅

 

꽃잎 지는 세월 고향은 가까이 있고

나의 모습이 더없이

초라함을 깨달았네

푸른 계절을 보내고

돌아와 묵도하는 생각의 나무여

영혼의 책갈피에

소중히 끼운 잎새

연륜을 헤며

슬픔의 눈부심을 긍정하는 오후

햇빛에 실리어 오는

물방울을 튕기며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조용히 겨울을 넘겨 보는 11월의 나무 위에

연처럼 걸려 있는

남은 이야기 하나 지금 아닌

~언 훗날

하늘가에 너울대던

나비가 될 수 있을까

별밭에 꽃밭에

나뭇잎 지는 세월

나의 원은 너무 커서

차라리 갈대처럼 야위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