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21년 제3회 강원도 장애인 생활 수기 공모 작품 - 입상
라온하제 - 즐거운 내일을 뜻하는 순우리말 / 강승희(원주시지적장애인자립지원센터)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22-03-08 11:37:28

강원도장애인단체연합회가 주최한 “2021년 제3회 강원도 장애인 생활 수기 공모입상 7편을 순위대로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강승희(원주시지적장애인자립지원센터)

 

크리스마스 캐롤이 흥겹게 여기저기 흘러나오며 스산한 바람이 불던 늦가을 저녁 20031120730분경 저희 가정에 새 생명이 탄생하게 되었다. 하지만 탄생의 기쁨보다는 청천벽력의 소식을 접해서 온 가족 모두 슬픔의 도가니를 이루었다. 저희 아들이 두개골 조기 봉합이라는 병명을 가지고 태어나서 살아가기 힘들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이 우리 가족을 절망의 수포, 눈물의 폭포수로 만들었다. 늘 저희 가족은 모든 것을 외면하고 아무 것도 먹지 않은 채 꼬박 사흘 밤낮을 지내며 넋이 나간 상태로 생활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한줄기 햇살이 스며들어 어두침침한 벽에 찬란한 빛을 마음속에 자리를 채움을 느끼는 이상한 호기심이 일었다
. 병원에서 우리 아이 치료를 담당하시는 선생님께 울며불며 우리 아이 한 번만 살려달라고 눈물 콧물 다 쏟으며 애원을 하였다. 담담 선생님께서는 저희 마음을 읽으셨는지 아이 머리 수술을 해볼 테니 큰 기대는 하지 말라고 말씀하셔서 저희 아이가 생후 6개월에 두개골 조기 봉합이라는 머리 수술을 받고 계속 중환자실에서 생활하였다. 아이 온몸에는 여러 가지 주사 바늘에 의지하여 하루하루 생명을 의존하는 삶이 암흑의 터널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낸 울 아이가 너무나 기특하고 대견해서 기적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여러 가지 재활 치료를 받기 위해 원주에서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까지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새벽공기를 마시며 절망과 희망은 늘 가까이에 있다는 것
, 넘어져서 주저앉기 보다는 차라리 다시 일어나 걷는 것이 편하다는 것을 배웠다. 저희 가족은 시간 나는 대로 아이를 위해 여행을 자주 갔었다. 아이에게 세상을 마음껏 보여주고 이야기 해주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시사철의 아름다움을 감탄하고 자연 속에서 마음껏 소리 지르며 즐기었다. 아이의 웃음 속에 행복을 찾았고 기쁨을 얻게 되었다.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면서 고난의 파도가 몰아쳤다. 학교생활의 적응을 하지 못해 아이가 없어졌다고 늘 선생님께 전화가 왔었다. 가슴이 쿵덕쿵덕 절구질하고 방망이질했던 시간 앞뒤 없이 눈물이 얼굴을 도배했다. “선생님 정말 힘들게 해서 죄송합니다.”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 학교에 늘 아이와 등교해서 하교하는 일상생활을 보내었다
. 다른 아이들은 학교수업 후 학원 생활로 이어지는데 우리 아이는 치료실로 병원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그래, 오늘보다는 내일이 훨씬 밝고 건강해지겠지?”하면서 위안을 삶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남들이 저희 가정을 보았을 때는 정말 모래 위에 지은 집처럼 보여졌으리라. 모든 것이 장애 투성이고 다 결점뿐이다. 왜냐면 신랑은 시각장애, 아이는 지적장애, 나는 청각장애...


늘 힘들어서
, 아파서, 너무 짐이 무거워서, 어떻게 살까? 노심초사했고 고통의 나날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는데 결국은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열심히 살며 잘 이겨냈다. 그리고 이제 그런 내공의 힘으로 더욱 아름다운 기적을 만들어 갈 것이다. 내 옆을 지켜주는 사랑하는 우리 가족들 같은 배를 타고 삶의 그 많은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 위안을 삼으며 하루하루를 장식해보았다. 우리아 이가 중학교를 특수학교로 입학을 하였다. 세상의 모든 부모 마음은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으로 해주고 싶고 좋은 학교로 보내고 싶은 게 다 같은 부모 마음인데, 정말 우리 아이에게 가장 행복한 것이 무엇일까? 고민 고민 끝에 학교생활이 정말 천국이고 행복인 게 더 없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이 되어 특수학교로 진학했다. 특수학교 입학 후 우리 아이 삶이 변화되기 시작했다.


자존감이 높아지고 자신감이 충만한 삶으로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고 어딜 가든지 무얼 하든지 당당하고 행복이 넘치는 아이로 성장해갔다
. 활동적이고 밝은 아이로 농구를 좋아하며 올인하게 되었다. 농구시즌이면 농구 경기장에 늘 출석을 하며 광적으로 응원하였다. 농구를 취미로 하는 것은 좋은데 과연 우리아이가 직업으로 농구인이 될 수 있을까? 하면서 의문이 생기기도 하였다. 하지만 농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하고 또한 기적의 삶을 이루고 있다는 생각이 스치기도 하였다. ‘맞아, 또 하나의 축복이고 행복이구나.’라는 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하였다. 봄에는 소생의 기쁨을, 여름에는 성장의 보람과 생명력을, 가을에는 희생과 성숙을, 겨울에는 인내와 기다림을 계절마다 반복되어지며 가르친다. 우리 아이는 농구로 희로애락을 느끼는 꿈, 야망, 낭만적 환상, , , 향기로운 미풍이 있다. 또한 한편의 삶에는 실패와 배신, 위험, 좌절도 있고 웃고 울고 싸우고 상처를 주고받고 사랑하고 미워하는 삶이 존재하고 있다. 늘 파도치며 풍파에 시달리며 그 꿈을 실현하고자 우리 아이는 오늘도 내일도 농구에 도전하며 달릴 것이다. 사람들은 장애를 갖고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나 끔직하고 비참하리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말이 있듯이 나름대로의 삶의 방식에 익숙해져 그런대로 큰 불편을 느끼지 않고 살아간다. 그래서 세상 사는 것이 만만치 않다고 느낄 때, 죽은 듯이 노력해도 내 맘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다고 생각될 때, 나는 내마음속에서 작은 속삭임을 듣는다.


괜찮아, 조금만 참아. 이제 다 괜찮아 질 거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노래해본다. 그리하여 우리 아들이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수시로 대학교에 당당하게 합격하는 기쁨을 안겨주었다. 아무리 입 아프게 말해도 이 모든 것은 절대로 말이나 글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 진짜 몸으로 살아내야 깨달 을수 있다. 온갖 매서운 바람과 눈보라 속에서 나름대로 순응 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또한 제각기의 삶을 연주하고 명품인생이 되기를 위해서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되기를 학수고대 하며 화이팅! 하면서 희망을 노래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