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21년 제3회 강원도 장애인 생활 수기 공모 작품 - 우수상
흔들바위에 새긴 평생소원 / 김석봉(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인제군지회)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22-02-08 10:51:23

강원도장애인단체연합회가 주최한 “2021년 제3회 강원도 장애인 생활 수기 공모입상 7편을 순위대로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김석봉(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인제군지회)

 

어느 팔순 시각장애인의 눈물겨운 평생소원의 안타깝고 가슴 아픈 사연을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어 보고자 한다. 나도 시각장애인이어서 가끔 만나면 그분의 평생 살아온 여생을 나름대로 안타깝게 생각했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생각과 생활을 바라보면서 아, 정말 훌륭하다고 까지 나는 생각했다. 세상을 아무 불편 없이 바라볼 수 있는 사람들이 본받을 만큼 긍정적이고 아름답게 생각하고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감사하며 여생을 살아오고 계셨으니까.


내가 이 아름다운 세상을 이만큼이라도 바라보며 사는 것에 대하여 무한히 감사하며 살 수 있고 많은 나보다 불편한 장애를 가진 분들을 위해 작은 배려라도 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심어준 분이기도 하다
. 어느 날 회관 프로그램실 의자에 나란히 앉아 다른 회원들이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을 나는 한쪽 눈도 완전하진 않아도 바라보면서 나름대로 설명을 해드리다가 왠지 그분의 가장 가슴 아픈 질문을 하고 말았다.


형님
? 형님의 평생 가장하고 싶은 소원이 무엇이에요? 하고 질문한 거다. 나는 당연히 이 아름답고 환한 세상을 마음껏 바로 보는 것이라고 대답하실 줄 알았는데 의외로 대답은 깜짝 놀랄 소원이어서 나는 그만 잠시 말을 못하고 네에, 하며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분의 평생소원은 설악산 흔들바위에 가서 바위를 흔들며 소원을 비는 것이라고 대답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회원들과 회장님 직원들에게 이 형님의 평생소원이 설악산 흔들바위에 소원을 비는 것이랍니다라고 큰 소리로 말하고 그 사연을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 형님 대답이
흔들바위에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해서요.”, “남은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죽어서 다시 태어나면 그때라도 이 밝은 세상을 마음껏 보고 살게 해달라고 빌려고요.”, 나는 그만 말문이 막히고 가슴이 찢어질 만큼 아프고 울컥 눈물을 삼켜야만 했다. 그리곤 아! 이 형님의 평생소원을 꼭 들어드려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나도 가 본 적이 없는 곳이었는데도요. 형님 내가 형님의 평생소원을 들어드리고 싶습니다. 내년 봄꽃 피고 새 울 때 도시락 싸 가지고 꼭 들어드릴게요, 하자 회장님과 일부 회원님들도 우리도 같이 갈게요, 하시며 용기를 주셨다.


소원을 들어드린다는 대답은 했지만 걱정도 되었다
. 나도 허리도 아프고 왼쪽 종아리 마비도 있는 상태라서 겨울이 가고 봄은 왔는데 몸 상태가 더 안 좋아 대학병원 입원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서 마음은 조급하고 얼마나 고대하실까 걱정도 되지만 우선은 내 몸이 따라주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 시간이 일 년이 가까워질 때 몸도 조금은 호전되어 시각 회장님의 의견을 듣고 일정을 정하여 단풍이 시작하려는 설악의 초가을 9월 어느 날 희망하는 분들과 시각장애인 간부들 행사를 등산으로 흔들바위로 정하여 직원들이 각자 분담하여 회장님은 노부장님이 그 형님은 내가 부축해 가기로 하여 주차장까지는 차로 가고 설악동 공원부터는 걸어서 갔다. 신흥사를 지나고 산 초입까지는 길도 좋고 그냥 손만 잡고 동행만 하면 되어서 견딜만하고 갈만했다.


그런데 나는 등산할 수 있는 준비를 나름대로 했지만 그 형님은 흰지팡이 하나와 손수건 하나밖에 준비 안 된 것을 점검하고 준비해야 하는데 땀을 흘리기 시작하면서
80kg가 넘는 거구의 형님이 험준한 길에 들면서 의지하기 시작하니까 정말 보통 힘들고 지치는 일이 아니었다. 땀으로 보청기마저 불통이 되고 손수건을 몇 번 짜드려도 쏟아지는 땀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오르면서 바위에 앉아 자주 쉬고 오를 땐 발을 높이 들어 흰지팡이로 가늠하여 올라가도 힘들다는 소리는 않지만 바라보는 내가
, 그리고 부추겨 가야 하는 내가 먼저 지쳐가고 있었다. 그래도 한 많은 이분의 평생소원을 이루어드린다는 것이 그렇게 쉬울 것 같으면 팔십 여생 동안 이루지 못하였을까 쉽게 실현할 수 없었기 때문일 거니까 어떤 어려움도 감내하고 올라야 했다. 온통 물에 빠진 것처럼 그 형님도 나도 땀으로 젖고 지칠 때 등산로에 필요한 용품 매점이 있었다. 다행히 커다란 수건을 하나 사서 목에 걸어드리고 한참을 쉬어 다시 오르는데 부장님이 혼자서 오고 있었다. 내가 회장님은요? 하고 묻자 힘들어 못 오시겠다고 나보고 감사님 도와드리라고 하시고 내려올 때까지 쉬고 계신다고요.’ 나는 안 되지요 회장님이 안 오시면 나는 그 형님을 부장님께 부탁드리고 다시 아래로 한달음에 달려 내려가니까 어디쯤인가 그늘 바위에 걸터앉아 쉬고 있었다. 나는 회장님 여기 계시면 어떡해요, 하고는 손을 잡고 다시 흔들바위에 향해 올라갔다.


회장님도 힘도 드셨지만 부장님을 내가 혼자 너무 힘들까 봐 두 분이 번갈아 쉬면서 모시라고 그리고 우리는 오르기보다 내려올 때 더 힘들다는 염려 때문이었다
. 어차피 힘들고 고생하러 온 걸요. 세 시간 반의 사투 끝에 흔들바위 앞 동굴 암자 계조암 앞에 다다르니 시원한 바람이 볼을 스쳐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형님 여기 흔들바위 앞에 동굴 암자에요. 우리는 고개 숙여 경건히 합장하고 몇 미터 앞 흔들바위 앞에서 우리의 들어갈 순서를 기다리면서 형님 바로 앞이 흔들바위에요. 앞의 분들이 나오면 제가 모시고 들어갈게요. 평생 형님의 소원을 비세요. 형님은 가늘게 라고 내 손을 꼭 쥐고 바르르 떨고 있었다. 가슴이 벅차신 것 같았다. 그리고 우리 차례가 되어 나는 천천히 위험하니까 모시고 들어가서 오목한 손드는 위치에 손을 올리시게 하고 형님 밀면서 소원을 비세요, 라고 말씀드리자 형님의 어깨가 흔들리고 그 어두운 두 눈에서 커다란 눈물방울이 두 뺨에 흘러내렸다. 나도 모르게 나도 눈시울이 적셔졌다. 함께 온 일행과 바라보는 다른 분들도 이야기를 듣고 박수를 쳐드리고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함께 빌어드렸다. 얼마의 시간 서 계시던 형님께 이제 다른 분들이 오래 기다려서요, 하고는 손을 잡고 일행이 쉬고 있는 곳에 이제 앉아서 푹 쉬고 하산해야지요, 하고는 우리 평생소원을 이룬 형님께 꼭 성취하시라고 기원의 박수 쳐드립시다. 모두는 환호와 성원의 박수를 보내 드렸다. 정말 힘들었던 것들 모두 잊고 행복이 우리 모두의 가슴에 꽉 차는 듯했다. 하산도 정말 힘들었지만 소원을 성취시켜드린 행복감에 무사히 하산하고 늦은 점심을 꿀맛으로 먹고 돌아왔다. 내 평생 가장 뜻있고 보람 있는 등산을 한 것 같다. 그리고 형님의 소원이 이루어져서 꼭 다음 생애는 화려하고 행복한 탄생이 있기를 빌어드린다. 너무 힘들었기에 정말 행복한 산행이었고, 시각장애인의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었기에 희망이란 말을 가슴에 영원히 새기는 도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