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 한 편의 여유] 6월
천기웅 시인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19-06-04 13:02:16


▲ 천기웅 시인

6

 

바람은 꽃향기의 길이고

꽃향기는 그리움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밤꽃이 저렇게 무시로 향기를 쏟는 날

나는 숲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체취에 취해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기 때문입니다.

강물은 꽃잎의 길이고

꽃잎은 기다림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개구리가 저렇게 푸른 울음 우는 밤

나는 들녘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말씀에

그만 정신이 황홀 해졌기 때문입니다.

숲은 숲더러 길이라 하고

들은 들더러 길이라 하는데

나는 아 아

가야하나요

녹음도 지치면 타오르는 불길인 것을

숨 막힐 듯 숨 막힐 듯 푸른 연기 헤치고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강물은 강물로 흐르는데

바람은 바람대로 흐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