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장애인의 달 특집 동화] 달려라 맑은 강 ④
김백신(아동문학가, 수필가/춘천시문화복지국장)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19-04-16 11:03:16
*본 작품은 장애인인식개선을 위해 동화작가 김백신(현 춘천시문화복지국장) 님이 기부해 주셨습니다. (편집자 주)

 

김백신(아동문학가, 수필가/춘천시문화복지국장)

    

*강릉출생

*1997년 서울신문신춘문예 선영이 당선

*저서 : 말썽쟁이 크6

*수상 : 강원아동문학상, 공직자논단상 등 다수


순간 운동장 한쪽에 먼지가 뽀얗게 피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왜 먼지가 피어오르는지 사람들은 여전히 멍~하니 바라볼 뿐입니다.

안 돼!”

김영숙선생님은 재빨리 맑은강에게 달려가 두 팔을 잡아당겼습니다. 잠깐 사이 맑은강의 팔뚝안쪽이 굵은 모래에 긁혀 불긋불긋 피멍이 들기 시작합니다.

선생님! 뛰어요.”

맑은강은 선생님을 뿌리치고 더 빠른 속도로 기어갑니다. 운동장에 모인 사람들은 동시에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멍~하니 서 있을 뿐입니다.

맑은강 안 돼.”

선생님 빨리요!”

오히려 소리친 건 맑은강입니다. 선생님은 무엇인가에 홀린 사람처럼 오리걸음으로 안 돼를 외칠 뿐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숨을 멈추었습니다. 더 이상 맑은강이 부르는 선생님!’이라는 말도 선생님이 외치는 맑은강이라는 말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맑은강이 모래먼지와 피가 뭉개져 피흙장난 놀이를 한 것 같은 팔을 들어 두 번째 주자에게 바통이 넘겨졌지만 달려 나가는 아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언니, 오빠....... 바통을 넘겨받는 순간엔 하늘에 떠 있는 구름까지도 숨을 멈춘 것 같습니다.

뛰어! 뛰어!”

맑은강이 엎드린 채로 바통을 흔들며 두 번째 주자에게 소리쳤습니다. 그러나 뛰어나가야 할 두 번째 주자는 쭈뼛쭈뼛 합니다. 모두가 잠간 동안 혼을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그래. 뛰어!”

선생님이 두 번째 아이들의 등을 밀며 소리쳤습니다. 흰색과 파란색의 바통이 넘겨진 것도 동시였습니다. 키 작은 아이는 구르는 공처럼 튕겨집니다.

~~~"

눈물이 글썽한 아이들이 동시에 내는 소리는 울음소리 같았습니다.

달려라. 맑은강. 뛰어라! 맑은강! 맑은강.”

맑은강의 달리기는 이미 끝났는데도 아이들은 끝없이 맑은강을 외쳐댑니다.

우우 와와~~”

운동장은 또다시 박수소리로 가득하게 메워졌습니다. 학교 앞산 장군봉도 덩달아 메아리를 쳤습니다.

이겼어. 맑은강. 우리가 이겼어.”

어떤 아이가 손 마이크를 하고 하늘을 향해 소리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