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장애인의 달 특집 동화] 달려라 맑은강 ③
김백신(아동문학가, 수필가/춘천시문화복지국장)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19-04-09 13:50:32

*본 작품은 장애인인식개선을 위해 동화작가 김백신(현 춘천시문화복지국장) 님이 기부해 주셨습니다. (편집자 주)

 


김백신(아동문학가, 수필가/춘천시문화복지국장)
 

 

*강릉출생

*1997년 서울신문신춘문예 선영이 당선

*저서 : 말썽쟁이 크6

*수상 : 강원아동문학상, 공직자논단상 등 다수

 

 

모두가 마음속으로준비~~!’를 외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손뼉을 치던 아이들은 두 손을 턱 밑에 마주 잡고 있었습니다. 이제 곧 죽어라하고 손뼉을 칠 기세입니다.

!”

총소리와 함께 기우뚱하며 맑은강이 발을 내 딛었습니다. 아이들도 손뼉을 치려다 말고 움찔했습니다. 그러나 맑은강은 반대편 발을 앞으로 떼어 놓았습니다. 주춤했던 응원이 터져 나온 것도 동시였습니다.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

응원이 또 한 번 주춤합니다. 애기선생님이 맑은강과 발맞추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빨리 뛰려는 맑은강을 향해 오히려 천천히! 천천히!’라고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제야 알겠다는 듯 아이들이 다시 응원을 시작하였습니다.

맑은강 달려라. 달려라. 달려라. 맑은강 달려라. 달려라!”

운동회를 구경나온 어른들도 모두 일어서서 운동장 안쪽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아이들의 응원은 이겨라가 아니라 달려라입니다.

조금만 뒤로 나가세요. 조금만......”

선생님들이 운동장 안쪽으로 구경나온 부모님들을 조금씩 뒤로 밀었지만 소용없었습니다. 넘어질 듯 넘어질 듯 기우뚱거리며 뛰어 나가고 있는 맑은강을 부축이라고 하고 싶은 듯 모두들 맑은강에게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여차하면 맑은강에게로 달려 나갈 기세입니다. 어떤 어른은 손뼉을 치던 손을 턱밑에 모아 잡고 얼어붙은 듯 꼼짝 하지 못했습니다.

절반쯤 뛰었을 때입니다. 보는 사람들의 속을 태우며 달리던 맑은강의 가느다란 다리가 순간 휘청하고 흔들렸습니다.

!”

또 다시 운동장은 찬물을 얹은 듯 조용해졌습니다.

마음을 조이며 맑은강을 지켜보고 있던 계주담당 선생님께서 운동장 안쪽으로 달려가 두 번째 주자에게 뒤로 달려가 맑은강의 바통을 받아오는 게 좋겠다고 귀띔했습니다.

그러나 그 아이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발만 동동 구릅니다. 계주를 시작하기 전에 약속한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교생 계주는 자신이 뛰어야 할 거리를 정정당당하게 뛰어야한다고 했던 1학년 담임선생님의 말 때문입니다.

맑은강! 맑은강!”

어느새 응원은 달려라가 아니라 맑은강입니다. 두 번째 주자도 바통을 넘겨받을 자세로 허리를 굽혔습니다. 힐끗힐끗 돌아보며 한 쪽 팔을 뒤로 쭉 뺐습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운동장에 모인 모두 사람들은 무엇인가에 홀린 사람들처럼 맑은강!’을 외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눈 깜짝할 사이 맑은강이 앞으로 휙~쏠리는 게 보였습니다.

!”

맑은강이 쓰러진 것과 운동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 하고 소리친 것. 그리고 손뼉을 치던 손이 동시에 턱밑에서 멈춘 것은 동시였습니다. 그리고 맑은강을 향해 소리친 것은 김영숙선생님이었습니다.

맑은강! 괜찮니?”

뽀얀 먼지 속에서 맑은강은 괜찮다는 듯 꿈틀거렸습니다. 그러나 일어나지는 못했습니다. 김영숙선생님은 무릎을 꿇고 얼굴을 땅에 대고 말했습니다.

괜찮니? 일으켜 줄까?”

"아니요!"

그러나 맑은강은 몸을 비틀 뿐입니다. 입술을 깨물며, 두 팔의 힘으로 일어나기 위해 애를 쓰지만 뒤틀어질 뿐입니다.

맑은강! 흑흑

선생님의 목소리에 울음이 섞였습니다. 계주를 계속할 수도 그만두자고 할 수도 없습니다.

맑은강 괜찮니?”

선생님의 목소리가 울음소리처럼 들렸습니다.

인태야. 우리가 뛰어 나갈까?”

진영이가 꿈틀거리고 있는 맑은강을 보며 말했습니다.

반칙이야.”

같이 뛰면 되잖아. 맑은강. 맑은강. 저 자식 죽는단 말이야.”

먼지가 뽀얀 진영이의 얼굴에도 눈물 자국으로 얼룩졌습니다. 걷는 것조차도 힘든 맑은강. 승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소리 내고 있었습니다.

맑은강! 달려야 한다

맑은강은 바람처럼 지나가는 아빠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안되겠다. 맑은강! 업자

김영숙선생님이 등을 돌리셨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을 알고 계십니다. 바통을 넘기지 않고는 맑은강이 운동장을 떠나지 않을 아이라는 것.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고집불통 맑은강이 다친 곳은 없는 지 확인해야 합니다.

선생님! 뛰세요.”

맑은강이 소리쳤습니다.

얘야 얘야……. 맑은강!"

선생님! 빨리요.”

순간 운동장 한쪽에 먼지가 뽀얗게 피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왜 먼지가 피어오르는지 사람들은 여전히 멍~하니 바라볼 뿐입니다.

안 돼!”

김영숙선생님은 재빨리 맑은강에게 달려가 두 팔을 잡아당겼습니다. 잠깐 사이 맑은강의 팔뚝안쪽이 굵은 모래에 긁혀 불긋불긋 피멍이 들기 시작합니다.

선생님! 뛰어요.”

맑은강은 선생님을 뿌리치고 더 빠른 속도로 기어갑니다. 운동장에 모인 사람들은 동시에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멍~하니 서 있을 뿐입니다.

맑은강 안 돼!

선생님 빨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