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3주년 기념 장애인 및 가족 문학작품] 이병길-행복은 생각하기 나름
(장려상/수필/홍천)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21-01-19 10:42:41

 

▲ 이병길 씨.

오늘 아침 사무실로 가는 길에서 나는 하루하루 무사한 내가 비록 전동휠체어에 몸을 맡기고 가는 길이지만 이 순간 더없이 행복한 사람이구나 다시 한 번 느껴본다.

 

지난해 여름이 절정에 이를 때쯤 샤워하다 넘어져 그나마 힘들게 걷던 걸음도 못 걷고 지금은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지만, 그때만 해도 이대로 침대에 누워있어야 하는 건 아닌가? 혈우병이란 희귀난치병 때문에 수술도 할 수 없고 세상이 어찌 이리 불공평할까? 수많은 절망과 싸워야 했을 때는 행복이란 글자는 아예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행복, 그것은 참 묘한 거다. 어쩌면 우리는 행복이란 두 글자를 얻기 위해 평생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죽기 살기로 일하는 것도 될 수 있으면 안 먹고 안 쓰고 허리띠 졸라매며 저축하는 것도 더러는 정말이지 양심을 속이면서까지 생활에 매달려야 하는 것도 역시 행복을 누리기 위한 노력이 아닐까?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는지.

독일의 시인 카알 붓세는 산 너머 저쪽 하늘 저 멀리 행복이 있다기에 남을 따라 나섰다가 산 너머 저 쪽 더 멀리 가야 행복이 있다고 말하여 눈물을 흘리며 돌아왔다라는 것처럼 인생이란 자칫 행복 찾기 게임을 하다가, 천지에 깔린 게 행복인 것을, 정녕 그것을 발견하지 못한 채 죽고 마는 게 아닐는지.

 

나는 요즘 이런 글을 머리맡에 붙여 놓고 산다.

욕심낼수록 삶은 고행입니다. 만약 모든 고뇌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먼저 만족할 줄 알아야합니다.’ 평생 먹고 사는 일이 늘 큰 짐이라고 걱정을 사서하는 사람인데, 앞만 보고 열심히 살면, 어느 쯤엔가 보장된 내 행복이 있으리라 믿었다. 자칫했으면 나도 행복 찾는 법을 모른 채, 평생 속을 바글대다가 말 뻔 한 인생이 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다행이 행복은, 저 멀리, 저 높은 곳이 아니라, 내 주변 곳곳에, 변화는 없지만 지극히 평범한 곳 요소요소에 깔려 있었다.

 

차 한 잔을 마셔도 찻값을 내고, 장애인 콜택시를 타도 요금을 치르는 게 당연한데 소중한 행복을 느끼는데 있어선 아무도 행복 값을 내놓으라는 법 없으니, 이만하면 세상 공평한 것이지. 특히 나같이 밥이나 겨우 먹고 사는 사람에게 행복을 느끼는 값마저 치러야 한다면, 정말 세상 팔자타령 하는 원망들이 드높겠지.

 

그렇다면 나는 거듭 되묻는다. 행복한가? 양심대로 말하면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난 절대 불행하지 않고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일은 어려움을 겪고 나야 그 다음이 순조롭게 풀리는 것이 일상의 이치다. 그렇다면 우리는 요즘 잘살고 있는 건가 아니면 못사는 건가. 그리고 행복한 건가. 하루 밥 세끼 못 먹는 사람 없고 전체 인구 중 91%가 핸드폰을 가지고 있다. 한집에 자동차가 평균 1대가 넘고 웬만한 집이면 대형 TV를 가지고 있다.

 

우리의 행복지수는 마음먹기에 따라 행복할 수도 불행할 수도 있는 것이다.

재물이 흘러넘쳐도 행복한 것이 아니고 물질적 정신적으로 부족하다 해도 반드시 불행한 것만은 아니다. 인간으로서 어울려 사는 세상에 잘 적응하고 자연에 순응하고 사회의 진리에 역행하지 않고 순리에 따른다면 그것이 곧 행복이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 주변에 나는 장애가 전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장애인들은 장애를 비관할 필요도 없고 스스로 자존심을 꺾을 필요도 없다. 비장애인과 동등하고 떳떳하게 주어진 숙명이나 운명이라 생각하고 더욱 열심히 꿋꿋이 살아가야겠다.

 

새로운 삶에 주어진 또 하나의 선물이라면 현재는 장애인협회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장애인 권익신장과 복지향상을 위해 앞장서고 더 많은 장애인가족 이웃들에게 도움을 드리고자 노력하며 행복을 찾고 있다. 장애인단체 생활도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오히려 장애인가족이기에 소중한 인연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행복했었다.


남은 생이 언제까지일지 모르겠지만 외롭고 소외된 이웃 장애인들에게 따뜻한 지원군이 되며 행복을 찾고 싶다.

 

나도 죽고 싶을 정도로 희귀 난치성질환인 난치병으로 무척이나 몸이 아프고 힘든 시절을 보낸 적도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혈액이 응고되지 못하는 난치병을 앓던 자식을 위해 매일 학교를 등교시켜주었던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과 25년전 까지만 해도 몸이 아파도 병원비 문제로 병원을 갈 수 없었고 치료비만 수 천만 원이 나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의료보호 혜택을 받아 견딜 수 있었던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자 봉사와 기부를 시작했고 내가 숨 쉬고 살아야만 하는 이유를 찾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인생을 포기하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나를 위해서 많은 분들이 위로와 격려 사랑으로 보살펴 주었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나 또한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도움을 드려야겠다는 마음으로 행복을 찾게 되었다.

 

지금까지 다양한 복지정책으로 인해 받아온 혜택을 다른 어려운 이들에게 나눌 수 있어 행복한 사람이라 생각하고 앞으로도 사랑과 희망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어 장애인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며 진심을 다해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 작은 꿈이 있다면 하늘이 허락하는 그 순간까지 지금처럼 봉사하며 나누는 삶을 살고 싶다.

 

더불어 나 자신의 자기 계발에도 게을리 하지 않고 여러 가지 분야에 도전하고 있고, 앞으로도 손을 잡아줄 이가 많기에 그들을 돕는 것을 멈추고 싶지 않다. 비록 장애가 있는 몸으로 내세울 것은 없지만 마음의 곡간엔 언제나 사랑과 희망이 가득하기에 하루하루 행복을 느끼며 그들과 함께 웃을 수 있음에 늘 감사하다.


또한 가진 것은 보잘것없지만 삶에 연연하지 않고 모든 세월을 지나 세상 풍파를 다 이겨낸 어느 노인의 달관한 모습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나누고 아끼고 배려하며 사랑과 행복을 나눌 것이다
.

 

장애인 여러분들 힘을 내시길 바란다. 신체가 장애이지 마음마저 장애는 아닌 것이다. 움직일 수 있는데 까지 움직이고 생활전선에서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터야 한다.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희망과 꿈은 나이와도 관계없고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나 다 똑같다.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 할 것 없이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
. 자기에게 지워진 짐을 유달리 무겁게 생각하고 다른 사람의 짐은 가볍게 생각되는 까닭에 왠지 자신이 더 불행한 사람이라고 느끼기도 한다.

 

꿈만 꾸던 시절은 지났다. ‘비록 단칸방이나마 그것이 현실이라면 만족하며 현실로 돌아가련다.’라는 친구의 얘기 속에서 문득 생의 진실을 깨닫게 된다. 평범한 한 인간으로서 어디를 우러러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진실하게 살아가고 싶다. 더 이상의 욕심을 부리지 않고 신이 허락한 만큼의 내 생을 그리 담담히 살아가고 싶다.


언제나 거짓 없이 노력하면 노력한 만큼 대가를 되돌려 주기에
, 우리는 열심히 노력해서 그 대가로 마음의 양식을 살찌워간다. 또 나는 장애인 가족의 힘으로 참된 선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싶다. 현실 속에서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가기를 원하는 내 노력도 언젠가는 값진 삶이 되리라

 

행복은 언제나 가까이 있고 행복과 불행은 생각하기 나름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