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복지단상] 퇴직 후 끌고 있는 사랑의 수레
연제철(시인, 수필가, 본지 춘천주재기자)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18-12-11 11:01:41


연제철(시인, 수필가, 본지 춘천주재기자)


 

나는 가끔 불빛 없는 방에 앉아 멀리서 반짝이는 별 빛을 보며 회상한다.


내가 살아오면서 끌고온 수레는 어떤 것이며 얼마의 짐을 실어 날랐는가
. 그리고 앞으로는 얼마나 수레를 끌어야하는가를 말이다.


사람의 일생은 수레에 짐을 싣고 어떤 목적지를 향해 끌고 가는 것에 비유된다고 한다
. 우리 인생 삶의 보람과 행복은 바로 그 짐의 질()과 양()에 달려있는 것이다.


나는 청춘을 특수생활 집단인 군대에서 보냈다
.


조국의 자유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치려는 사명감 하나로 생활하다 퇴직을 했다
. 등산처럼 하산 길은 한결 수월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때를 스스로 알아서 안전하게 내려와야 함이 더 힘들었다.


군문을 들어서고 그저
진급이라는 계단을 밟고 올라가는 일에만 충실했던 것 같다. 뒤와 옆에서 누가 도움을 청하고 손을 내밀고 있는지 보지 못했고, 꽃이 피고 지듯 자연스러운 일상의 소중함도 간과해온 듯하다. 분명한 것은 더 오르기 위해 따라가야 하는 상급자도 많지만 돕고 끌어줘야 하는 하급자가 더 많다는 것이다.


2001
11월 정든 군문을 나섰다. 새로운 수레를 바꿔 끌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퇴직 후 할 일은 무엇인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 사회 초년생으로 날개를 펼치려니 우선 지금까지 끌고 왔던 수레의 바퀴를 새것으로 교체하고 더럽혀지고 망가진 부분을 수리하는 데 봉착해 여러 달 고민했다.


대학원에서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목적으로 공부도 해보았고
, 부동산 중개사일도 해보았지만 모두가 허사였다. 이웃과 친구를 사귀어 조금씩 사회의 특성을 익히고 그들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익히는 데 게을리 하지 않았으며 이웃을 위해 봉사자로 나서서 나름대로 보람을 느끼게 되었다.


특히 자원봉사자로 사회에 일익을 감당하다보니 터득한 것이 있다
. 재능이나 지식은 지혜가 아니다. 참된 지혜란 깊이 파묻혀있는 진리에 대한 직감과 통찰력을 지식화하고 신념화하여 행동하는 데 있다는 것을 알았다. 즉 사회와 더불어 사는 방법을 아는 것이 지혜인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그 무엇을 사랑할 수 있기 때문에 살아간다. 궁극적으로 사회와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 생명을 의미한다. 돈과 명예, 그리고 권세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마음에 없으면 그만이며 억지로 행복과 사랑은 찾아오지 않는다.


사랑의 수레는 신이 나에게 준 마지막 소임이 아닌가 생각하며
, 나누어 줄 것이 별로 없어도 따뜻한 마음 조각 한줌 내어 주며 끝까지 수레를 끌겠다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