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제철(시인, 수필가, 본지 춘천주재기자)
나는 가끔 불빛 없는 방에 앉아 멀리서 반짝이는 별 빛을 보며 회상한다.
내가 살아오면서 끌고온 수레는 어떤 것이며 얼마의 짐을 실어 날랐는가. 그리고 앞으로는 얼마나 수레를 끌어야하는가를 말이다.
사람의 일생은 수레에 짐을 싣고 어떤 목적지를 향해 끌고 가는 것에 비유된다고 한다. 우리 인생 삶의 보람과 행복은 바로 그 짐의 질(質)과 양(量)에 달려있는 것이다.
나는 청춘을 특수생활 집단인 군대에서 보냈다.
조국의 자유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치려는 사명감 하나로 생활하다 퇴직을 했다. 등산처럼 하산 길은 한결 수월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때를 스스로 알아서 안전하게 내려와야 함이 더 힘들었다.
군문을 들어서고 그저 ‘진급’이라는 계단을 밟고 올라가는 일에만 충실했던 것 같다. 뒤와 옆에서 누가 도움을 청하고 손을 내밀고 있는지 보지 못했고, 꽃이 피고 지듯 자연스러운 일상의 소중함도 간과해온 듯하다. 분명한 것은 더 오르기 위해 따라가야 하는 상급자도 많지만 돕고 끌어줘야 하는 하급자가 더 많다는 것이다.
2001년 11월 정든 군문을 나섰다. 새로운 수레를 바꿔 끌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퇴직 후 할 일은 무엇인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사회 초년생으로 날개를 펼치려니 우선 지금까지 끌고 왔던 수레의 바퀴를 새것으로 교체하고 더럽혀지고 망가진 부분을 수리하는 데 봉착해 여러 달 고민했다.
대학원에서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목적으로 공부도 해보았고, 부동산 중개사일도 해보았지만 모두가 허사였다. 이웃과 친구를 사귀어 조금씩 사회의 특성을 익히고 그들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익히는 데 게을리 하지 않았으며 이웃을 위해 봉사자로 나서서 나름대로 보람을 느끼게 되었다.
특히 자원봉사자로 사회에 일익을 감당하다보니 터득한 것이 있다. 재능이나 지식은 지혜가 아니다. 참된 지혜란 깊이 파묻혀있는 진리에 대한 직감과 통찰력을 지식화하고 신념화하여 행동하는 데 있다는 것을 알았다. 즉 사회와 더불어 사는 방법을 아는 것이 지혜인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그 무엇을 사랑할 수 있기 때문에 살아간다. 궁극적으로 사회와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 생명을 의미한다. 돈과 명예, 그리고 권세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마음에 없으면 그만이며 억지로 행복과 사랑은 찾아오지 않는다.
사랑의 수레는 신이 나에게 준 마지막 소임이 아닌가 생각하며, 나누어 줄 것이 별로 없어도 따뜻한 마음 조각 한줌 내어 주며 끝까지 수레를 끌겠다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