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과거를 읽고서...
우수작/장미숙(홍천시각장애인연합회 회원)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19-12-23 13:35:03

본지는 독서인구 저변확대를 위해 “2019년 강원점자도서관 독후감 수상작” 3편을 순차적으로 게재하기로 강원도시각장애인협회와 협의하였습니다.

 



이 소설은 반세기를 지난 나의 학창시절을 회상하게 한다. 1977년과 2017년을 오고 가며 과거를 돌이키며 현재의 세월을 지나는 동안 두 작가가 서로 공생공존하며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친하지도 않으면서 가장 오래된 친구 사이이다
. 둘 사이는 위성처럼 한사람의 궤도를 돌며 서로 싫어하지도 않고 밀착되지도 않은 사이이다. 학교 입학식에서 만난 기숙사에 입주하면서 서로 알게 된다. 같은 공간에서 공유하면서 졸업식에 만나고 헤어진다. 세월이 흘러 회사에 입사해서 다시 만났다고 한다. 상사로 만난 그녀는 깐깐하기도 하고 챙겨주기도 하고 때로는 질책도 잘하는 편이었다. 그러다 그 친구가 먼저 회사를 그만두고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난 다음 그 친구의 소설 공주들을 위하여라는 책의 낭독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그 책은 기숙사에서 일어난 모든 스토리가 적혀있는 공주들을 위하여라는 낭독회이다. 그들은 기숙사에서 만난 선배 송선미라는 선배의 딸을 만나게 된다. 그 자리에서는 몰랐지만 말이다. 엄마의 유품이라고 가져온 공주들을 위하여라는 책이 낡고 오래된 책인데 사인을 받으러 왔다고 한다. 그때 그 기분은 어땠을까?


1977
년 기숙사에 입주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나의 옛날 반세기 전 기숙사에 입주할 때 그 그림이 그려진다. 학교 후문을 지나 철 대문을 지나 그것도 똑같고 그 당시의 우리 학교는 기숙사가 신관과 구관 두 건물이 있었다. 나는 운이 좋게 신관에 입주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군대의 비극은 섞이며 산다고 했는데 정말 여러 사람이 각 지방에서 한데 모여 사니까 여러 가지의 사건과 사고들이 많이 있었다. “공주들을 위하여라는 책을 다 읽고 나니 제일 머리에 남는 인상 깊은 인물은 송선미이다. 히피 스타일로 얼굴선이 또렷한 미인형인데 산업미술학과를 전공하고 멋스럽게 살던 사람이 불행하게 살다 생을 마감하고 이 책을 끝까지 보관하고 유품으로 남긴 것이 자꾸자꾸 뇌리에 스친다. 그리고 잃어버리고 살았던 1977년의 의료보험이 시작된 것과 이리 폭발사건. 나사의 우주선 쌍둥이호가 발사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독재정권시대의 학생들이 시위하는 것과 그 당시 학교 총장 퇴진운동의 검은 리본이 이용되었다. 소설 속의 두 친구는 서로 상반된 성격의 소유자로 김희진이라는 친구는 욕망을 위해서는 적극적이고 사람들의 콤파스 각도의 촉을 넓히는 그런 성격이고 김유경이라는 친구는 어정쩡한 온건한 성격의 스타일이라고 한다. 고정 틀에 박힌 중고등학교를 벗어나 대학에 입학하면 그 생활의 자유분방한 생활이 시작된다. 욕망과 차별의 세상이 시작된 것이다. 대학 생활이 시작되면 축제 미팅” “초청각종 서클에 변화무쌍한 생활이 시작된다. 기숙사에 입주하여 322호실에 김유경은 같은 방식구들과의 첫 대면을 하고 또 417호실의 김희진을 그때 만나 앞으로의 공주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처음 빛의 과거라는 제목을 접했을 때는 빛을 잃은 사람들
... 말하자면 시력을 잃은 사람들의 지나온 이야기인 줄 알았더니 그것이 아니고 이 작가는 욕망, 목표, 희망. 이것이 손끝에 맴돌며 잡히지 않는 과거를 이야기한 내용 같다. 같은 친구라도 자기의 욕망을 위해서는 친구를 이용해 사랑을 쟁취하기도 하고 그 시절에는 여학생이 졸업을 해도 취업하기가 힘든 시대였다. 그래도 그 중에서 대학교 교수가 된 사람도 있고 고학생을 뒷바라지하며 조강지처가 된 선배도 있다 이 작가는 학교에서 학우지에 들어가 열심히 활동을 했다 첫사랑과 결별한 이야기도 있고 그 장면의 마지막 결별의 편지를 받고 울면서 삼각지를 지나 용산 한강 다리를 건너 흑석동의 당구장에 들어가 따뜻한 주인아주머니의 격려를 받는다. 발에 피가 나는 것도 모르고 울면서 걸어갔다고 한다. 그 대목을 잃는 순간 내가 다니던 학교의 학창시절이 떠오른다. 학교 밑에 영화관이 있어 휴강 시간에 친구들이랑 영화감상도 즐겁게 하고 겨울방학을 하기 전에는 학교 앞에서 삼삼오오 팥빙수를 먹던 생각이 난다 입이 얼어 말도 못하고 웃던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이 소설에서는 친구 사이에 상대편의 사랑하던 사람도 친구를 이용해 배신을 하게 만든다.


물론 소설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인간관계가 무섭다
. 이 소설에서 그려진 학교의 위치는 50여 년 전 내가 다니던 언덕 위의 기숙사와 학교가 너무 흡사하다 학교 위의 공원, 새갈래의 골목길 등등... 우리가 다닐 때는 기숙사의 점호시간이 8시인데 이 소설 속에서는 9시로 나온다... 외출했다 점호시간에 맞춰 골목길을 열심히 뛰어 올라가면 가로등 밑에 변태성욕자도 있고 여학생들은 그 모습에 혼비백산 뛰어 올라가면 숨이 턱까지 차게 달리곤 했다.


우리 학교는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이 많아서 가끔 집에 내려갔을 때 강의시간에 출석 대리 대답을 해주면 고맙다고 명동에 가서 식사를 대접받곤 했었다
. 맥주 한잔에 얼굴이 붉어져서 기숙사에 돌아오면 점호시간에 사감 선생님께 들키지 않게 하려고 애를 썼던 생각이 새삼 나서 웃음이 지어진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옛 추억에 잠겨서 지난날을 생각하면 친구들이 그리워진다. 다시 소설로 돌아가서 40년 전 미팅에서 만난 이동휘라는 법대생을 만나 사귀었는데 김희진으로 인하여 헤어지게 되었다. 송선미의 딸이 낭독회에서 사인을 받는 일로 인하여 송선미가 미국생활에서 힘든 생활을 하고 정신병원에서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중 법률자문가인 이동휘가 모든 법적처리를 주관하였다는 것을 알았다. 40년 만에 이동휘의 소식을 추적하여 김유경 친구를 만나게 해준다고 김희진이 자리를 마련했다. 작가는 너무 서먹한 자리여서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고 한다. 욕망과 성취를 위해서 친구를 이용하는 그 인간성이 정말 아쉽다. 끝으로 이 책을 주선해 주신 분께 감사드립니다. 저의 학창시절을 회상하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