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영혼을 살찌우는 시] 가을 덫에 걸리다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18-08-28 10:42:39


▲ 김광태 시인
 

가을 덫에 걸리다

 

잠시 기다리면 오는 줄 알았지

봄도 여름도 다녀가더니

아무 말 하지 않아도

바스락거리는 낙엽소리 따라와

옷깃을 세우는 목덜미가 차다

 

초록의 숲을 바삐 지나온 세월

언덕을 넘고 들판을 지나

서걱대는 마음만 앞서 달리며

숨어버린 나를 찾아 흐릿한 눈시울

흔드는 바람

 

서둘러 가버린 시절 아쉬워

바닥난 주머니에 다시 퍼 담는

기억의 회로가 신음을 토하면

세상에 홀로인 듯 가슴 에이는 날

 

들녘 가득한 햇살에 취해

비틀대는 일상을 널어 말리면

심장 속에 단풍드는 눈먼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