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터뷰] 시각장애인 연극인 남호섭 극단 ‘소울씨어터’ 대표
고개 숙이지 말고 당당하게 바라보면서 살자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19-01-22 10:28:27


시각장애인연극인 남호섭씨.

 

장애극복은 지독한 인내심을 요구한다. 그래서 비장애인 위주의 사회에서 당당히 위치를 확보한 이들을 일컬어 인간승리자라고 칭한다. 새해 벽두에 속초시 시각장애인 연극인 남호섭 극단 소울씨어터대표를 만나보았다.

 

질문1. 남호섭 대표님의 개인적인 프로필, 간략하게 부탁드립니다.

 

: 1984년 대구에서 태어났습니다. 생후 100일 무렵 속초로 이사해 살게 되었습니다. 6살 때쯤 어머니께서 속초문화회관에서 커피숍을 했습니다. 어린 저는 극장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공연이라든가 행사들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극장을 종횡무진하며 자연스럽게 공연예술을 접했고, 그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연극에 감동을 받아 지금까지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주요 작품은 최근 박근형 선생님의 <만주전선>이 기억에 남구요, 21살 때 전국연극제에서 최연소 연기상을 수상했던 김광님 선생님의 <날보러와요>작품과 영화 <살인의 추억>의 원작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살인의 추억은 제가 용의자 14역을 했었어요.


무대가 생명인 저는 서서히 시력을 잃었습니다
. 그러나 고개 숙이지 말고 당당하게 바라보면서 살자는 생각을 많이 해요. 이는 편견을 이겨내는 데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을 하더라구요.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눈감고 고개 숙이면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가족은 어머님과 누님이 두 명 있는데 나이차이가 많이 나서 마치 어머니가 세 명인 것 같습니다
.


그리고 가장 사랑하는 지인은 수영장에서 만나는 다운증후군으로 선천적 장애인이 된 영인이 형님이랍니다
. 저보다 한 살 많은데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저와 명랑한 형은 환상의 짝이랍니다.

 

질문2. 장애를 입은 시기는 언제인가요? 개인적인 대처 방법은 무엇이었나요?

 

: 2005년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속초에서 추석을 보내고 서울 자취방에 와서 누웠다가 눈을 떴을 때였습니다. 왼쪽 눈이 태양을 보고 난 후 깜빡깜빡하면 남는 잔상이 보이는 겁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


금방 없어지겠지 했는데 하루가 지나도 없어지지 않더군요
. 안과에 갔더니 원인을 찾지를 못했고, 망막질환인데 오랜 시간 후 포도막염이라는 병명을 알았습니다.


원인을 알게 되면 치료 방법이 있을 텐데 오랜 시간 방치할 수밖에 없었지요
. 그 이후 진행속도를 늦추는 정도의 치료만 했고 점차 시력이 사라졌습니다. 이어 오른쪽 눈 역시 20181월 달 즈음에 아예 시력을 상실하게 되었죠.


연극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안 보인다는 것은 절망 그 자체였죠
. 그러나 좋아하는 연극이 있어서 견딜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항상 격려해주는 작은 누나가 정말 고맙습니다.

 

 


최근 <만주전선>에서 열연하는 장면.

 

질문3. 2018년 강원예술인상을 받았는데요, 운영하고 있는 극단 소개 부탁드립니다.

 

: 소통울림 씨어터를 줄여서 소울씨어터라고 합니다. 201178일에 창단했으며 제가 가르쳤던 제자들과 함께 젊은 피들끼리 뭉친 극단입니다.


현재는
7명의 단원들로 구성이 되어 있으며 제가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기에 지면을 통해 다림, 미애, 국중, 수진, 정민, 석재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주요 작품은
<만주전선> 그리고 이반(이명수) 선생님의 <카운터포인트>라는 작품, 동학농민운동을 배경으로 한 <가보세> 등등이 있습니다.

 

질문4. 장애인이 된 후 어떤 생각이 드는지요?

 

: 예상치도 못한 1급 시각장애인이 된 후 모든 것이 달라졌어요. 삶 자체가 뒤바뀌었기 때문에 생각이 많이 바뀌었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나뉘어져 있는데 물하고 기름처럼 섞일 수가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래서 제가 힘이 된다면
,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를 허물 수 있는 계면활성제 같은 역할을 하고 싶어요.

 

질문5. 장애인으로서 국가에 바라는 점이 있는지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내 십만 장애인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국가와 사회가 중도장애인의 심리재활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장애인문화예술인들을 위한 예산이나 지원도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도내 장애인 동지여러분
!


우린 죄인이 아니에요
. 당당하게 세상으로 나가서 불행까지 사랑하는 투지와 의지로 꿈과 용기를 잃지 않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