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현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인제군지회장
“살아 있음이 축복이다”
교통사고로 병원에서 장애인이라는 낯선 이름표를 달고 퇴원 후 1년을 집에 누워 생활하는 중에 아침에 눈을 뜨며 끊임없이 되뇌던 외침이었다. 하루 24시간이 너무 짧다 갈증내며 현실과의 승부에서 절대 밀리지 않던 내 서른살의 젊은 행진이, 어느날 그야말로 거짓말처럼 산산히 부서져 물거품 되어 버렸다. 인정할 수도 이해 할 수도 없는 상황에 망연자실 할뿐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는 현실이 더 기가막힌 일이었다. 희망을 빼앗겨버린 사람이 선택할 건 아무것도 없었다. 1988년의 이 땅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패배자요 낙오자 였다. 죽음이 매우 가까이에 서성대는 걸 직감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던 어느날, TV에서 호스피스 병동 시한부 삶을 다룬 다큐를 듣던 중 내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경이할 구원의 메세지를 얻았다.
“오늘은, 어제 죽은 사람들이 그렇게도 간절히 보고싶었던 바로 그 날이다.”
아~ 시름시름 죽엄을 생각하던 내 뒷통수를 장작개비로 후려치는 일갈이었다.
삶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건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심신의 기능이 반정도만 남고 시력을 거의 상실한 상태로 현실과 맞서 다시 일어서는 일이 어찌 간단할 수 있었을까, 그래도 꼭 넘어야 할 산이기에 혼신의 힘을 쏟아 재활의 몸짓을 끊임없이 경주하며 하루외 시간들과 맞서며 오늘에 이르렀다.
현재의 삶이 크게 만족 할만 모습은 아니지만, 그래도 절망을 딛고 좌절을 극복하여 당당히 일어섰다는 자부심으로 세상 모든 사람들과 사랑하며 살고 있음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매일 깨달으며 행복하다. 항상 부족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고 작지만 사랑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축복이라 생각하고 가장 겸손한 마음으로, 오늘, 어느 누군가의 절절한 바램 이었을 그 하루를 살고있음에 무한한 감사함을 말한다.
◈ 학력 경력 ◈
* 학력
- 강원대학교 졸업
- 한림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졸업
* 경력
- 한국통신(KT) 근무
- 전국컴퓨터총연합회 강원도지부장
- 온세통신 강원북구지점장
- 강원도약사회 의약분업전산관리소 대표
- 시인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 시 동인지 “인제문학” 외 5편 공저
- 인제군 노인장기요양등급판정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