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에세이] 입동(立冬), 인생에도 떨켜가 필요하다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남이섬 송파은행나무 노란 양탄자 깔고 ‘고객맞이’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18-11-06 14:09:15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에 콧등이 시릴정도로 차가운 게, 겨울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을 느낀다. 옷깃을 여미는 관광객을 보면 더욱 그렇다. 남이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은행나무는 노랗게 타오르는 작은 촛불처럼 제 역할을 다하며 스러져가고, 그곳에 둥지를 튼 청설모와 새들은 겨울나기 준비에 여념이 없다.


바닥에 노란 융단이 푹신하게 깔린 남이섬 송파은행나무길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 있다
. 남이섬은 관광객이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게 바닥에 떨어진 은행잎을 그냥 둘 뿐만 아니라, 그 잎이 제 역할을 다하고 나면 서울 송파구에서 수거한 은행잎을 가져와 바닥에 뿌리기까지 해서 그런 이름을 얻었다. 낙엽이 지면 은행나무의 정체는 더욱 확실히 드러난다.

가지에 열매를 다닥다닥 달고 있는 것은 암그루, 빈 가지만 남은 것은 수그루다. 도시에서는 민원 때문에 암그루만 골라 베어내기도 한다니 은행나무는 열매에서 나는 지독한 냄새 때문에 찬밥 신세인 게 분명하다. 하지만 남이섬에서 은행나무는 가을에 가장 빛을 발하는 존재다.


천편일률적인 단풍나무 숲은 지루하다
. 빛깔과 크기가 서로 다른 단풍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어야 훨씬 더 아름답다. 남이섬 백풍밀원(白楓密苑)이 그렇다. 최근 동남아 관광객이 늘면서 단풍나무 수도 함께 늘었다. 연인들은 단풍나무 아래서 서로의 머리 위에 단풍잎을 흩뿌리며 추억을 쌓고 있었다. 단풍나무는 잎이 사이좋게 마주보기로 난다. 울긋불긋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잎이 5~7개로 갈라진 단풍나무와 9~11개까지 갈라진 당단풍나무가 서로 다르다.

능수버들처럼 가지가 늘어지면서 공작 수컷이 꽁지를 펼친 듯 섬세한 잎을 가진 공작단풍도 있다. 봄부터 내내 붉은빛인 나무는 홍단풍이다. 잎자루에 잎이 세 개 붙는 복자기도 같은 단풍나무 집안인데 주홍색으로 물든 단풍이 곱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