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뫼내뜰에 봄아가씨 춤추네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18-03-20 11:22:23

 

갯버들 가지 끝의 회갈색 봉오리가 겨울을 밀쳐내고 있다. 겨우내 추위에 떨던 고로쇠나무 물을 토해내 달콤한 물맛에 오징어, 황태맛을 더하니 쇠약해졌던 몸이 금세 좋아진 듯 하다. 정원에 매화 꽃봉오리도 봉긋해져 다음주에는 다함께 차차차 노래를 부르며 꽃이 피리라.


봄의 전령사를 동백꽃
(생강나무) 노란 꽃이 다투어 내는 꽃망울 터지는 소리가 진산인 금병산 계곡과 능선을 고요한 산중을 왁자지껄해지리라.


얼음 밑으로 흐르던 계류도 목말라 고생하던 새들과 초목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더할 것이다
.


봄을 맞은 냇물은 푸른 하늘을 보며 소리 내어 울고 있다
. 이 모든 것이 얼어붙은 세상을 녹이는 봄의 따사로운 햇볕의 덕분이다. 깊은 잠에 빠지고 모든 것을 꽁꽁 얼렸던 동장군은 떠난 지 오래다.


다시 봄이다
. 제법 따사로운 햇살이 창문을 두드리며 봄이 온 것을 알린다.


아직은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지만
, 양지쪽 바위 서렁에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다람쥐를 보고 있으면 봄맞이가 한창인 것을 알 수 있다. 흐르는 땀을 앞발로 닦으며 열심히도 뛴다. 지난 가을 잔뜩 쌓였던 양식이 바닥나 눈이 녹으며 밖으로 나온 도토리를 입에 물고 더욱 즐거워한다.


삼악산이 겨우내 묵은 때를 의암 호수물에 씻는 듯 해 종일 그림자를 드리우고
, 노송은 솔잎에 묻은 흙먼지를 살랑 부는 봄바람에 털러낸다.


요사이 잠깐 시샘으로 얼었던 강물도 따사로운 햇살에 녹아 물안개 커튼이 벗겨지며 윤슬이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


이곳은 호반의 도시 춘천으로 강바람에 코끝이 시리지만 소양호변 갯버들은 강아지를 낳은 지 오래다
.


응달엔 깨진 얼음장이 떠다니며 수런거려도 양지쪽은 순한 강아지 숨결처럼 잔잔해 물오리는 유유히 유영하며 데이트를 즐긴다
.


사랑의 씨앗을 잉태하기 위해 바쁘다
. 겨우내 얼었던 보금자리도 손보고 고기만찬 즐길 영역 확대에 수컷들의 싸움이 빈번하다.


춘분이 가까워지니 모든 생물과 대지는 이곳저곳에서 꿈틀댄다
.


산야들에도 분주한 이들이 있다
. 한겨울 눈 속에서도 붉게 타오르던 산수유 열매가 있던 자리에는 꽃망울이 살짝 입을 벌리고 있다. 또다시 봄이다. 언제 그랬냐는 듯 자연은 또 꽃을 피우고 산새들은 목청껏 노래 할 것이다.

창에 쳐놓았던 두꺼운 커튼을 벗기자 햇살이 스민다.


새벽
6시가 조금 넘었는데 벌써 밖이 환하다. 움츠렸던 몸이 녹으면서 완전한 봄이 왔구나라고 느낀다.


이른 아침 호반 산책길을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 한 해의 결실을 준비하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시기인 춘분(春分). 신기하게도 봄이 온 걸 가장 먼저 알아채는 건 사람이 아닌 나무들이다. 이미 봄이 왔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듯 가지마다 노란 꽃망울을 품고 부지런히 햇살을 모으고 있다.


봄은 새로운 탄생이고 또 다른 시작이다
.


봄은 부활과 소생
, 성장과 희망의 계절이다. 또한 봄은 새 생명에 대한 약속을 전하는 동시에 우리에게 잃어버린 생명을 떠올리게 만든다.

    

봄이오니 졸졸졸 정겹다

지난 겨울 이야기하는 소리

굶주리에 지쳤던 산새들 생선 만찬을 즐기며

쪼르르 찍찍 지지배배 잔설 위에서 봄 잔치를 연다

멀지않아 꽃피는 계절이 되면 단백질 잔치 성대하게 열릴 것 기대하는

봄맞은 숲속은 모든 마음을 들뜨게 한다

그리고 그들의 사랑은 뜨거우리라

 

오늘아침 촉촉한 봄비가 내렸다.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도 이겨내고 조금씩 생명의 기운을 내뿜으며 속살을 드러내고 있는 봄꽃을 바라보며 새삼 자연의 고마움을 느껴는 계절에 봄빗 방울을 품은 동백꽃(생강나무꽃) 노란 꽃망울 더욱 사랑스럽다.

 


춘천 연제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