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선 일반계 고등학교의 졸업시험이자 대학입학자격시험인 아비투어(Abitur)가 있어야만 일반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일반계 고등학교인 김나지움(Gymnasium)이 아닌 상업학교, 직업학교나 종합학교 등을 졸업하면 일반대학교에 갈 수 없었다. 왜냐하면 아비투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기술자격증을 따고 졸업한 후 일찌감치 사회생활을 시작하거나 전문대학을 가야만 했다.
그런데 이제 아비투어 없는 학생들도 일반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으며, 이런 길을 선택한 학생들의 수가 여태껏 이렇게 높아 본적이 없다.
1998년부터 매년 독일대학평가 순위를 발표하는 대학발전센터(CHE)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아비투어 없는 대학생들이 2010년부터 2배씩 증가했다. 그 수가 2016년에는 약 5만7천명에 달한다.
이런 현상은 이들을 위한 대학입학 허가조건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10년 전부터 일반대학교에서 학업을 위한 이른바 ‘제3의 길’ 자격에 ‘직업경력’이 포함됐다.
이로 인해 상업이나 직업학교 출신의 마이스터 혹은 실무자시험 성적이 일반대학교에 지원할 때 아비투어 성적으로 인정됐기 때문이다.
독일 전체 대학교 신입생 중에서 아비투어를 하지 않은 학생의 수는 2,6%를 차지한다. 이들 신입생의 과반수(55%)는 법학, 경제학 및 사회과학 전공을 선택하며, 5명중에 1명(20%)은 기계나 전자 같은 공학을 공부하고, 거의 2명중에 1명(50%)은 30세 이상이다.
게다가 신입생들은 의학과 및 약학과 같은 매우 우수한 성적을 요구하는 입학허가제한학과에도 들어갈 수 있다. CHE에 따르면 10만7천명의 의대생 중에서 700명이 아비투어를 안한 학생들이다.
아비투어 없는 대학생들의 55%는 남학생이다. 하지만 40세 이상에서는 여학생이 훨씬 많다.
시그룬 니켈 CHE 대학교육연구팀장은 “이 수치들은 대학교육에서 평생 학습을 위한 강좌가 점점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한 점점 더 많은 아비투어 없는 대학생들이 학업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있다. 2016년에는 7200명이 졸업해 잠정 최고치를 기록했다.
프랑크 치겔레 CHE 사무총장은 “직업교육과 대학교육의 결합은 점점 더 일반적인 경우가 돼가고 있다”면서 “오늘날 독일대학 캠퍼스에서 교육을 받은 남자 간호사와 여자 기술자들은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라, 대학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당연한 다양성에 속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어 원문번역: 강원대 독문과 허수정, 최혜리, 이윤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