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복지단상] 최상의 명예
지소현 공동대표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18-03-20 11:05:24

[복지단상]

최상의 명예



▲ 지소현 공동대표

명예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는 "세상에서 훌륭하다고 인정되는 이름이나 자랑. 또는 그런 존엄이나 품위"라고 정의한다. 그렇다면 익히 알고 있는 법에서 보호하는 명예란 어떤 근거일까? 이는 개인이 사회에서 가지는 지위나 평가 외에도 인격적가치의 개념이어서 독립적이며 주관적인 감정이 포함된 것이다. 따라서 사회의 지탄을 받을 만한 범죄자가 아닌 이상 누구나 명예를 주장할 권리가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볼 것은 명예와 명성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명예는 인간으로써의 고귀함이고 명성은 뛰어난 일인자를 뜻한다. 그런데 세상은 알려진 이름에만 명예를 부여하는 우를 범해 왔었다. 즉 평범한 사람들은 명성이 있는 자들에 의한 모욕적인 일들을 당해도 참는 것이 당연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나라는 명성과 명예의 개념이 확연히 구분 되는 변혁의 바람이 일고 있다
. 즉 명성을 가진 자라도 개인의 명예(인권, 존엄성)를 침해하였을 경우 가차 없이 비난을 가하고, 왜 명성에 걸맞게 행동하지 않고 타인에게 아픔을 주는가라고 징벌도 주고 있다.


그 중 가장 주목할 일은 명성 있는 자로 인해 명예라는 절대적 가치를 침범당한
, 여성들의 목소리 미투운동이다. 지난 2017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자료에 의하면 직장 성희롱 주요 가해자는 간부 및 임원(34.6%), 직속 상사(28.4%), 선임 직원(14.8%) 순이었다. 이에 혹자들은 피해자들에게 왜 반항하거나 거절하지 않았느냐고 이의를 제기한다.


여기서 생각해 보자
. 상대방이 생존이 걸린 임금을 주거나, 또는 그 것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인데 과연 과감하게 대응 할 용기가 있을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하지 않았던가? 또한 먹고사는 문제 외에도 내 인생의 목표가 걸린 일이라면 분쟁을 자초할 수 없을 것이며 무수한 소문을 감당해야 하는 백 그라운드가 없다면 싸울 수도 없을 것이다. 즉 선택이 힘든 위치에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이에 정부가 업무지휘권 또는 인사권을 가진 자가 저지른
'권력형 성범죄'에 대하여 처벌을 강화한다고 했다. 기존 5년이라는 법정 최고형을 10년으로 하고 과거 숨겨온 성범죄를 처벌하고자 공소시효도 10년으로 늘렸다고 한다. 그리고 사업주가 직원을 성희롱하거나 사업장 내의 가해자를 징계하지 않을 경우 징역형까지 수위를 높이고, 피해사실 공개를 가로막는 명예훼손죄무고죄에 대해서도 무료법률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수사 과정에서 가명조서를 적극 활용토록 했다.


이 밖에도 99개를 가진 자가 1개 가진 자의 것을 빼앗아 100개를 채워왔던 병폐를 과감히 도려내 약자의 숨통을 트이게 하고 있다. 다시 말해 지배층과 피지배층 사이에 드리운 장막을 없애고 존엄성을 전제로 마주보도록 변화하고 있다.


이처럼 인간의 절대가치가 부각되는 시점에서 최상의 명예는 명성을 가진 자가 아니라 실패와 좌절을 딛고 일어난 자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 고난을 감내하는 동안 적보다 더 무서운 자기 자신을 이겨낸 강인함을 인정해 주고, 때로는 수치감 모멸감을 견딘 단단함을 응원해 주고, 수 백 번 넘어지고 일어난 도전정신을 높여주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가장 힘없으나 가장 인내하는 장애인들을 비롯한 약자들이야말로 최상의 명예를 소유한 집단이라고 말하면 지나친 역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