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걸어가는 길
▲ 연제철 본지 춘천기자/시인, 수필가
두 달 전부터 새벽 세시만 되면 잠에서 깬다. 그러면 밖으로 나가 새벽달을 본다. 어떤 날은 구름에 가려 달이 보이지 않아 실망을 하지만 열 번 나가면 여섯 번은 본다.
여름날은 날이 새려는 전조로 영명한 쪽빛을 한 달 주변에 무수한 별들이 장관이다. 그 아래 달빛 그림자가 그려놓은 감나무 가지들이 일렁이면 신비감에 살아 있음이 감사하다. 새벽달은 부지런한 사람만이 누리는 자연의 은혜다.
이 우주에 살아있는 모든 것은 무한히 움직이며 형태와 모양을 바꾼다. 한곳에 머물러있다면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돌아보니 나 또한 극과 극으로 변화를 추구하면서 살았다. 40대 중반까지 군인으로서 강직한 삶을 살았으며 사회에 나와서는 봉사활동에 전심을 다했다. 보통 비영리단체를 통하는 봉사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도 어려운 이들과 함께 하려고 노력했다.
자원봉사에 임하는 사람은 다양한 형태로 보상을 얻는다. 예를 들어 보람이나 경험 등의 정신적 보상이나 교통비나 식사비, 소정의 활동비 등 금전적 보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보상을 원하지 않는다. 그저 무조건 적인 자원봉사를 철칙으로 한다. 자금이 부족하면 나의 재능인 못 그리는 그림이지만 한국화를 판매하여 쌀을 사기도 하고 현금을 마련하여 쓰고 있다. 봉사의 삶이란 지평선 끝이 보이는 듯해도 가까이 가면 갈수록 한없이 이어진다. 그 길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품으면서 나는 오늘도 내일도 최선을 다 한다.
잠 안 오는 새벽에 보는 달처럼 인생의 후반전은 부드러운 바람처럼 흘러가는 나의 삶!
자원봉사야 말로 보람차게 나이 들어가는 지름길이기에 기왕이면 장애인들을 위한 봉사가 있다면 더욱 열정을 내고 싶다.
나 또한 언젠가는 그 기간이 길든지, 짧든지 장애인으로 살다가 세상을 떠날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