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복지단상] 내가 걸어가는 길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17-12-19 11:19:34

내가 걸어가는 길



 

▲ 연제철 본지 춘천기자/시인, 수필가


두 달 전부터 새벽 세시만 되면 잠에서 깬다. 그러면 밖으로 나가 새벽달을 본다. 어떤 날은 구름에 가려 달이 보이지 않아 실망을 하지만 열 번 나가면 여섯 번은 본다.


여름날은 날이 새려는 전조로 영명한 쪽빛을 한 달 주변에 무수한 별들이 장관이다
. 그 아래 달빛 그림자가 그려놓은 감나무 가지들이 일렁이면 신비감에 살아 있음이 감사하다. 새벽달은 부지런한 사람만이 누리는 자연의 은혜다.


이 우주에 살아있는 모든 것은 무한히 움직이며 형태와 모양을 바꾼다. 한곳에 머물러있다면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돌아보니 나 또한 극과 극으로 변화를 추구하면서 살았다
. 40대 중반까지 군인으로서 강직한 삶을 살았으며 사회에 나와서는 봉사활동에 전심을 다했다. 보통 비영리단체를 통하는 봉사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도 어려운 이들과 함께 하려고 노력했다.


자원봉사에 임하는 사람은 다양한 형태로 보상을 얻는다
. 예를 들어 보람이나 경험 등의 정신적 보상이나 교통비나 식사비, 소정의 활동비 등 금전적 보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보상을 원하지 않는다
. 그저 무조건 적인 자원봉사를 철칙으로 한다. 자금이 부족하면 나의 재능인 못 그리는 그림이지만 한국화를 판매하여 쌀을 사기도 하고 현금을 마련하여 쓰고 있다. 봉사의 삶이란 지평선 끝이 보이는 듯해도 가까이 가면 갈수록 한없이 이어진다. 그 길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품으면서 나는 오늘도 내일도 최선을 다 한다.


잠 안 오는 새벽에 보는 달처럼 인생의 후반전은 부드러운 바람처럼 흘러가는 나의 삶
!


자원봉사야 말로 보람차게 나이 들어가는 지름길이기에 기왕이면 장애인들을 위한 봉사가 있다면 더욱 열정을 내고 싶다
.


나 또한 언젠가는 그 기간이 길든지
, 짧든지 장애인으로 살다가 세상을 떠날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