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 잔 마시며]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개정으로 변화된 정신장애인의 인권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17-11-14 11:29:15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개정으로 변화된 정신장애인의 인권


입원, 퇴원, 그리고 재활까지 통합 시스템을 마련한 국립춘천병원




 

▲ 국립춘천병원 간호사 안소영



국립춘천병원 간호사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정신보건 정책이나 정신보건 환경의 많은 변화들을 지켜보아 왔다. 2017년 들어 이전과 비교해서도 우리나라 정신보건 정책에 큰 변화들이 주어졌다. 이런 변화는 간호사인 내게도 주어져서 현재 재활부서 일과 함께 병원 내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간호사인 내가 카페를 맡아서 동료 직원들과 환자들과 함께 꾸려가고 있으니 어찌 큰 변화가 아니랴. 바뀐 정신보건 정책에서 가장 큰 변화를 손꼽는다면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 시행으로 정신장애인의 인권 관련 요건이 크게 강화된 것일 것이다. 개정된 법 시행으로 전체적으로 비자발적 입원은 줄어들고 정신의료기관에서 퇴원하는 환자는 늘어났다. 퇴원한 환자들은 사회로 나가 지역 사회에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데, 사실상 그러기에는 병으로 인한 증상, 가족의 지지체계 부족, 그리고 사회의 편견 등 너무나 많은 고비와 장애물이 존재한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다각적인 연구와 계획들이 진행 중이다. 사실 환자들이 퇴원해서 사회에 성공적으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입원 단계에서부터 부단한 노력을 환자와 치료자, 그리고 가족이 함께 해야 한다. 국립춘천병원에서는 이를 위해 입원부터 퇴원, 그리고 재활까지 통합적인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작업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먼저 입원기간을 최소화하고 제한된 기간 내에 안정적으로 퇴원 과정까지 도달하기 위해선 약물치료와 재활치료, 심리상담, 자신의 병을 알게 하는 교육 등 체계적인 치료와 이런 과정을 성실히 수행하려는 환자 자신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치료진과 환자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증상이 안정화 되면 퇴원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이전까지의 병원의 역할이 여기까지 였다면 최근에 시대적 요구에 의해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퇴원 이후에는 어떻게 하면 다시 입원을 하지 않고 건강하게 사회에 안착을 할까 하는 어렵고도 절실한 문제이다. 증상은 좋아졌지만 막상 집으로 가는 것이 두렵고 형편상 어려운 분들이 많아 당장에 갈 곳이 없는 분들이 많다. 이런 분들을 위한 사회 복귀 시설의 필요성이 절실한 이유이다. 국립춘천병원도 이런 문제 의식하에 올해 두빛나래(두개의 자유로운 날개짓)라는 주거재활시설을 오픈하였다. 턱없이 부족한 시설이지만, 입원부터 퇴원, 사회 복귀까지의 과정을 일원화하는 시스템의 완성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할 수 있다. 또한 온전하고 보다 전문적인 직업을 가지고 독립된 사회 일원으로 살게 하기 위해 사회 적응 및 직업 자활을 위한 재활 시설 및 서비스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런 성격의 직업재활시설인 누림마루 카페도 지난9월 오픈하여 퇴원한 환자들이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고 카페에 지원취업을 하여 직업인으로의 미래를 꿈꾸며 훈련을 하고 있다. 스스로 책임지는 삶을 살아가는데 우리는 함께 아파해주고 실패를 나누고 다시 손잡아주고 단단하게 다져지는 길에 동행을 하려는 것이다.


누림마루 카페를 처음 열면서 환자들로부터 마음 아픈 말을 들었다. 환자와 가족들의 오랜 투병 기간동안 겪었던 힘들었던 이야기도 많이 듣고 함께 울고 했지만, 환자가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과정을 하기전에 “내가 만들어 주는 커피를 누가 마시겠어요” “커피 만들다가 손이라도 떨리면 어쩌죠?” “다시 갈 곳 없으면 입원해야죠” 라는 말을 들었을 때 꼭 홀로 우뚝 설 때까지 함께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이제 카페에서 일을 시작한지 며칠 뒤면 두 달이 되어간다. 아직은 어색한 듯 하지만 얼굴에 함박웃음이 보이고 외부에서 오는 손님에게 저는 아직 재활하고 있는 환자예요 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주치의사에게 첫 월급 받았다며 커피를 직접 내려서 대접해주고 싶다는 말을 건네는 환자를 보면서 실패를 두려워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웠었다. 이곳 사회 복귀시설인 두빛나래와 누림마루 카페는 이제 오랜 기간 입원해 있던 환자들에게도 희망의 공간이 되고 있다. 함께 치료 받던 동료 환자가 어엿한 직장인이 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다른 환자들도 스스로 자활 의지를 높이게 되는 것이다. 나도 할 수 있을것 같고 나도 자신감이 생긴다며 마음 저편에 묻어두었던 꿈틀거리는 용기를 스스로 느끼고 표현하는 이들을 지켜보면서 성공한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나아가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재활에 힘쓰는 모든 이에게 희망이 되는 큰 그림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