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상은 아직 살아 볼 만합니다 - 양현자 님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17-11-09 11:06:53

< 세상은 아직 살아 볼 만합니다 >





 

눈부시게 발전한 문명 덕분에, 요즘 우리네 육신이 생활하기는 너무나도 편리한 세상입니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알맹이가 없는 빈 껍데기와 같고, 살얼음처럼 싸늘한 냉기가 느껴지는 사회에서,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세상이라는 느낌은 어쩔 수 없었지요.


그래서 그런지 제가 아는 몇몇 이웃들은 이 삭막한 현실에서 늘 허전하고 쓸쓸함에 힘겨워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애꾸눈처럼 한쪽 면만 보아왔다는 것을, 이번에 남편의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 저는 알게 되었답니다.


아직은 모닥불처럼 훈훈하고 따뜻한 곳이 더 많은 세상이에요.


남편은 지난 9월 15일 오후, 집 마당에서 뜻하지 않게 넘어졌습니다. 목 뼈에 삼각형으로 금이 가는 큰 부상을 입고, 즉시 119 구급차에 실려 원주의료원에 입원했어요.

 




 


남편은 지체 1급장애로 전신을 다 쓰지 못하는데다 목까지 다쳤으니, 몹시 고통스러워했습니다.

 
그런데다 남편을 보호하겠다고 나선 아내도 하반신을 전혀 쓰지 못하는 1급장애자로 휠체어를 타고 다닙니다.

그래도 힘겹게 휠체어를 굴리면서 남편 대소변을 받아 내며 간병을 하는 모습을 보고, 의사 선생님들이나 간호사님들 또 병동 사람들은 측은지심의 눈으로 바라보며 안타까워했습니다.


남편의 간병으로 저도 그만 지쳐갈 때쯤, 병동을 순회하시는 원주의료원 하현용 원장님 눈에 띄어, 그분의 따뜻한 배려로 무료 간병실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지요.


그 눈물겹도록 감사함은 말로는 이루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은혜로 제 마음 속에 남아 있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며 남편 간병을 하던 저는, 원장님의 배려 덕분에, 원주의료원에서 40km 떨어져 있는 집에서, 일주일에 두 세 번씩 왕복 80km를 오가며 남편 병구완을 할 수 있었습니다.


남편은 나이도 많은데다 뼈 부분의 완치가 더뎠어요.


병원 규칙에 따라 일찍 퇴원을 해야 했지만, 김기완 진료부장님 배려로 병원에 최대한 머물며 치료를 하다가 퇴원을 하게 되었는데, 퇴원하는 과정도 문제였습니다.


콜 택시를 부르자하니 기사 혼자서는 일어나 앉을 수도 없는 남편을 집으로 모시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119를 부르자 하니 그것 역시도 마땅하지 않고, 어느 지인 부부가 모셔주겠다고 자원하여 감사하게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편안하고 안전하게 남편을 모셔오나 궁리하던 중 뜻밖에 수호천사님이 나타나셨습니다.


원주의료원 공공의료 사회복지팀에 심재남 사회복지사님께서, 백의의 천사 간호사님 한분과 함께 구급차로 편안하고 안전하게 집에 모시고 와, 마치 아기를 다루듯이 조심스럽게 안고, 마당에서 방까지 옮겨 자리에 눕히는데 너무도 고맙고 감사해서 울컥 눈물이 솟았습니다.


보호자인 제가 퇴원 수속을 위해 가지도 못 했지만, 꼼꼼하게 짐이며 먹을 약이며 다 챙겨다 주고 떠나시는 뒷모습을 넋을 놓고 그저 바라다보았습니다.


원주의료원에 이런 모닥불처럼 따뜻한 시스템이 있다는 것을 새삼 알았습니다.


늘 겸손한 모습으로 환자들을 따듯하게 보살펴 주시는 하현용 원장님과, 어두운 곳에 밝은 등불이 되어 주시는 김기완 진료부장님, 그리고 남편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신 신경외과 이종우 과장님 또 늘 친절하고 자상한 천사 같은 많은 간호사님들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환자를 돌보는 무료 간병사님들과 포괄병동 백의의 천사 간호사님들의 희생적 수고가 있기에, 제 남편을 비롯한 원주의료원 환자들은 내 집처럼 편안하게 병상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다 원주의료원을 내 집처럼 드나들면서, 어려운 환자들의 하소연을 들어주며 상담해주는 숨은 봉사자 이안복(강원장애인복지협회 전 회장)씨가 희망의 등불 역할을 해주고 있으니, 앞으로 원주의료원은 눈부시게 발전해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훌륭한 분들이 계시기 때문인지, 원주 의료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아져 이제 더욱 병상을 늘려야 한답니다.


이렇게 각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며 어려운 환자들을 위해 봉사하시는 원주의료원의 무궁한 발전을 간절히 기원합니다.


특히 이번 남편에게 베풀어주신 원장님과 부장님, 신경외과 과장님, 그리고 간호사님들, 간병사님들과 복지사 이 선생님의 깊은 은혜에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시어 사랑하는 가족들과 더불어 늘 즐겁고 행복하시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


이래서 세상은 아직 살아 볼 만합니다.



강원도 평창 방림에서,

이기철의 안사람 양현자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