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연일 이어져 마음까지 얼어붙게 만드는 올 겨울, 식지 않는 열정과 도전으로 주위를 훈훈하게 만드는 두 모녀(母女)가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속초에 사는 장윤선 씨와 그녀의 딸 전지영 씨(청각·지적/96년생)다.
선천적으로 듣는 데에 어려움이 있어왔던 전지영 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눅 들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 장윤선 씨의 끈임 없는 지도와 보살핌 덕분이었다.
장윤선 씨는 딸에게 자신감을 키워주기 위해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겨울방학이 되면 운동을 배울 수 있게 도와줬다. 장애인 체육선생님에게 매년마다 스키를 배우던 전지영 씨는 선생님의 추천으로 대회를 나가게 됐다. 2013년에 열린 제10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서 알파인스키 부문에 출전, 준우승과 메달 2개라는 쾌거를 기록할 수 있었다.
▲2013년에 열린 제10회 전국장애인동계대회에 나가 알파인스키에서 은메달을 거머쥔 전지영 씨.
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전 씨는 자신을 가르쳐주었던 장애인 체육 교사를 꿈으로 삼고 열심히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학교의 문이 높아서 좌절하던 것도 잠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3년 동안 바리스타와 제과제빵을 열심히 배웠다.
운동신경이 좋았던 것처럼 손재주가 있었던 전 씨는 어머니 장 씨와 함께 대학교에 입학해 두 모녀가 같이 학문을 익혀나갔다. 학교에 다니면서도 틈틈이 장애인 복지관에서 장애인 인식개선과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실시하는 연극에도 참여하여 사회경험을 쌓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지적장애인 자유발언대와 발달장애인 자기권리주장대회 등에도 나가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며 자유발언을 하기도 했다.
속초시청의 장애인 일터인 해오미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한 작년에는 그동안 열심히 배웠던 바리스타 종목으로 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 출전했으나 아쉽게도 입상은 못 했지만 좋은 경험이 되었다며 식지 않는 열정을 보여주었다.
▲2019년 속초시 발달장애인 자기권리주장대회에 출전한 전지영 씨(오른쪽)와
어머니 장윤선 씨(왼쪽)의 모습.
어머니인 장윤선 씨 또한 강원도장애인종합복합복지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옴부즈만에 참여하여 장애인 활동가로 지난 한 해를 보내며 열정을 더했다. 도내 장애인의 인식개선은 물론, 장애인들에게 불편한 것들을 찾아 제보하는 활동을 통해 장애인 자녀를 가진 부모의 입장뿐만 아니라 다른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가지는 불편함에 대해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장윤선 씨는 “쉽게 식지 않고 이어지는 딸의 도전을 보면서 나 자신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면서 “딸과 함께하는 여러 활동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시야가 넓어졌다”고 말했다. 또한 “자식뿐만 아니라 다른 장애인들을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장애인 친구들이나 장애인 자녀를 가진 다른 부모님들도 모두 힘내셨으면 좋겠다”며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고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도전하는 두 모녀의 열정이 한 겨울의 추위를 녹이듯 앞으로도 이어지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