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사람들] 추위도 녹이는 두 모녀(母女)의 열정
“장애인 친구들이나 부모님들도 모두 힘내셨으면”

김준혁 승인 2020-01-21 17:15:05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연일 이어져 마음까지 얼어붙게 만드는 올 겨울, 식지 않는 열정과 도전으로 주위를 훈훈하게 만드는 두 모녀(母女)가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속초에 사는 장윤선 씨와 그녀의 딸 전지영 씨(청각·지적/96년생).


선천적으로 듣는 데에 어려움이 있어왔던 전지영 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눅 들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 장윤선 씨의 끈임 없는 지도와 보살핌 덕분이었다
.


장윤선 씨는 딸에게 자신감을 키워주기 위해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겨울방학이 되면 운동을 배울 수 있게 도와줬다. 장애인 체육선생님에게 매년마다 스키를 배우던 전지영 씨는 선생님의 추천으로 대회를 나가게 됐다. 2013년에 열린 제10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에서 알파인스키 부문에 출전, 준우승과 메달 2개라는 쾌거를 기록할 수 있었다.

 

 

2013년에 열린 제10회 전국장애인동계대회에 나가 알파인스키에서 은메달을 거머쥔 전지영 씨.


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전 씨는 자신을 가르쳐주었던 장애인 체육 교사를 꿈으로 삼고 열심히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학교의 문이 높아서 좌절하던 것도 잠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3년 동안 바리스타와 제과제빵을 열심히 배웠다.


운동신경이 좋았던 것처럼 손재주가 있었던 전 씨는 어머니 장 씨와 함께 대학교에 입학해 두 모녀가 같이 학문을 익혀나갔다
. 학교에 다니면서도 틈틈이 장애인 복지관에서 장애인 인식개선과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실시하는 연극에도 참여하여 사회경험을 쌓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지적장애인 자유발언대와 발달장애인 자기권리주장대회 등에도 나가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며 자유발언을 하기도 했다
.


속초시청의 장애인 일터인 해오미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한 작년에는 그동안 열심히 배웠던 바리스타 종목으로 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 출전했으나 아쉽게도 입상은 못 했지만 좋은 경험이 되었다며 식지 않는 열정을 보여주었다
.

 


2019년 속초시 발달장애인 자기권리주장대회에 출전한 전지영 씨(오른쪽)
어머니 장윤선 씨
(왼쪽)의 모습.

 

어머니인 장윤선 씨 또한 강원도장애인종합복합복지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옴부즈만에 참여하여 장애인 활동가로 지난 한 해를 보내며 열정을 더했다. 도내 장애인의 인식개선은 물론, 장애인들에게 불편한 것들을 찾아 제보하는 활동을 통해 장애인 자녀를 가진 부모의 입장뿐만 아니라 다른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가지는 불편함에 대해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장윤선 씨는
쉽게 식지 않고 이어지는 딸의 도전을 보면서 나 자신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면서 딸과 함께하는 여러 활동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시야가 넓어졌다고 말했다. 또한 자식뿐만 아니라 다른 장애인들을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장애인 친구들이나 장애인 자녀를 가진 다른 부모님들도 모두 힘내셨으면 좋겠다며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쉽게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고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도전하는 두 모녀의 열정이 한 겨울의 추위를 녹이듯 앞으로도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