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사람들] 하모니카와 봉사의 달인 류재용 연주가
절망 속에서 희망을 연주하다

김준혁 승인 2019-04-02 12:49:55


류재용 씨(71, 지체 2)

 

봉사단체 원주청향회의 고문인 류재용 씨(71, 지체장애 2)는 하모니카 연주와 봉사의 달인이다. 작년에는 2018년 우수 자원봉사자 인증서 중에서도 동장(500시간 이상)을 받을 정도로 봉사에 열중이다. 8년을 손에서 놓지 않은 하모니카 연주는 물론, 연탄 배달 봉사까지 가리는 것 없이 봉사 삼매경인 그가 이렇듯 봉사에 푹 빠지게 된 데에는 사연이 있다.


자동차 정비만
40여년, 카센터를 운영하던 그는 지난 2005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불행하게도 의사로부터 평생 걸을 수 없고 휠체어를 이용해야 한다는 절망적인 통보를 받아 눈앞이 캄캄해질 정도로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그렇게 되고 나서 우울증도 찾아와 나쁜 마음을 먹기도 했지만, 치료로 간신히 마음을 다잡은 그는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삶을 포기할 수 없었다고 한다.


간절한 그의 염원이 하늘에 닿은 걸까
, 큰 수술과 힘겨운 재활 끝에 간신히 지팡이를 짚고서 걸어 다닐 수 있게 됐다. 절망 속에서 그가 발견한 희망이었다. 긴 입원 생활을 보내면서 자신처럼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하다가, 어릴 적 쥐었던 하모니카에 대한 추억을 떠올렸다. 1년 반, 오로지 독학으로 하모니카를 다시 익혔다. 악보를 볼 줄 몰라 노래 한 곡을 배우는 데에만 수개월이었다. 그 뒤로 장장 8년이 지나 이제는 남부럽지 않은 실력에 누구보다 연주를 즐기는 하모니카 연주가가 됐다.

 



▲ 여러 곳에서 하모니카 연주 봉사를 하고 있는 류재용 연주가의 모습.

다시 배운 하모니카로 남한강 축제나 땅끝마을의 작은 음악회 등 축제에서 연주하는 것은 물론, 노인·장애인복지시설, 요양원, 복지관, 경로당 등 그의 발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연주 봉사를 다닌다. 한 달에 4, 작년에 다시 다리를 다치기 전에는 많으면 1주일에 5일을 봉사 다니기도 했다.


봉사하러 가는 날은 아침에 눈을 뜨면 몸속에서부터 음악이 흘러나온다며 흥에 겨워 콧노래가 나올 정도로 그에게는 봉사가 즐거움이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자발적인 봉사정신으로 봉사를 다니면 한 점의 힘든 일도 없다고 한다.


평생 누워만 지내 웃는 일 없던 한 장애인이 그의 하모니카 연주를 들고서 처음으로 웃으며 즐거워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라던 류재용 연주가는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하모니카와 함께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
, 소외된 이웃을 위해 봉사라는 이름의 희망을 연주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다.


모든 삶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좋은 날은 언젠가 찾아온다는 그의 말처럼 즐거움 가득한 하모니카 선율이 희망을 따라 오래고 연주될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