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사람들] 탄광의 역사 끝에서 반짝이는 유리알들
도계유리마을협동조합 홍성길 전)이사장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19-03-05 11:16:35


▲ 홍성길(67, 지체장애 3급) 유리공예가.

유리를 빚어내는 마을


우리나라 최대의 탄광지역 중 하나인 삼척시 도계읍은 석탄과 무연탄이 주연료로 사용되던 시절
, 수많은 광부들과 그 가족들이 모여 터전을 이루고 있었다. 읍내에는 아파트들이 즐비했고 탄광 근처 산중턱에는 광부 가족이 모여 사는 마을도 많았었다. 그러나 탄광 산업이 쇠락한 뒤에 수많은 광부 마을도 폐쇄되거나 자연스레 사라졌다.


그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던 이곳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 삼척 일대의 탄광에서 석탄을 채굴하고 남은 폐석을 분석해 본 결과, 유해물질이 포함되지 않고 오히려 몸에 좋은 금속 성분과 양질의 유리질이 발견되면서 일본의 탄광지역이던 오타루가 폐석을 이용한 유리공예사업으로 성공한 것을 벤치마킹하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지역 폐자원을 활용한 유리제품의 개발을 통해 고부가가치 친환경 사업으로 전환을 꾀한 끝에 공예품 감상과 구입, 예약을 통한 유리공예 체험이 가능한 도계유리마을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삼척이라는 고장하면 떠오르는 많은 관광지가 있지만 삼척의 역사를 논하자면 빼놓을 수 없는 탄광촌의 재탄생이라는 의미에서 도계 유리마을은 삼척을 보다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장소다.


유리마을에는 커다란 건물 두 동이 있다
. 한 동에는 공방에서 활동하는 공예가들의 작업 공간과 그들이 만든 작품 전시대가 있고 또 한 동은 단체 여행자나 개인이 예약을 통해 체험할 수 있는 유리공예 체험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석탄 폐석을 이용한 유리공예품과 글라스 아트 타일
, 트로피 및 상패 등을 제작하는 곳은 세계적으로도 도계유리마을이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이 마을에서 생산된 유리 제품은 도계 글라스라는 고유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아름다운 유리공예제품 관람은 물론 유리공예 체험과 환경에 대한 가치를 실천하고 있는 도계유리마을은 그 이름처럼 오늘도 영롱히 빛나고 있다.

      

장애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요

홍성길 유리공예가

 

도계 유리마을과 그 시작부터 함께하고 있는 예술가가 있다. 바로 홍설길(67, 지체3) 유리공예가다.


어린시절 담벼락에서 떨어지는 사고로 인해 장애를 갖게 된 홍성길 씨는 조금 늦은 나이일지도 모르는
53세에 유리공예를 시작하게 됐다. 그 전에는 자녀들의 교육과 생계를 위한 직업우로 세탁소를 운영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속에서는 괴로움이 싹트기 시작했다. 세탁소는 돈을 위한 밥벌이일 뿐 괴로운 직업이었다. 이때 마침 삼척시는 폐광을 활용할 방법으로 일본 오르타지역을 벤치마킹해 탄광의 폐석을 활용한 유리제품을 개발하게 됐고 2009RIS사업 참가 신청을 통해 6년간 사업비를 지원받아 유리마을을 만들게 됐다.


유리공예가 양성을 위한 유리공예 교육이 실시되면서 홍성길씨도
1기 교육생으로 참여하게 됐고, 이후 교육을 수료한 사람들이 모여 도계유리공예협동조합을 만들게 됐는데 이때부터 홍성길씨의 유리공예가로서의 길이 시작됐다.

 



유리공예를 시작한 이후로 홍성길씨는 하루하루가 행복했다. 밤에 자려고 누워도 눈 앞에 유리알들이 아른거렸다. 온종일 서서 작업을 해도 기분이 좋기만 하고 매일 매일이 행복했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다 보니 문뜩
장애인이라고 해서 후원물품을 받고 혜택을 받으면서만 살지 않고 자신이 스스로 일을통해 떳떳하게 사는게 좋지 않을까 유리공예가 그 혜답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홍성길씨는
유리공예는 장애인들도 1년에서 2년 정도 체계적으로 배우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일이라며 시에서 판로를 만들어 주는 등 5년 정도만 최저 생계를 지원해 준다면 공예체험과 판매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만약 원한다면 언제든지 재능기부를 통해 유리공예 교육을 해줄 수 있다면서 관심있는 장애인이나 단체가 있다면 연락을 바란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장애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일하고 노력하는 삶이 진정 행복한 삶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