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사람들] 장애와 가난을 무지개로 그려낸 김진호 춘천시의회 의원
농촌운동 중 발견한 문제점을 직접 해결하고자 출마 / 전국에 춘천막국수, 메밀제품군을 알리는 데 앞장서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18-08-21 10:49:29


▲ 김진호 춘천시의원

 

춘천은 막국수의 고장이다. 세상 모든 것이 저절로 이루어진 것은 없다. 막국수 역시 춘천의 대표음식이 되기까지는 붐 조성을 위해 헌신한 시민들이 있었다. 그 중 한 사람이 바로 지난 지방선거에서 춘천시의원으로 당선된 김진호(57/지체장애인) 전 춘천막국수협회 회장이다. 특히 김 의원은 소아마비 장애인으로서 지역 발전에 앞장섰기에 더욱 존경을 받고 있어서 귀감으로 삼고자 만나보았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질문1: 우선 춘천시의회 의원이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춘천에서는 김진호 하면 막국수협회가 떠오릅니다, 그래서 30만 춘천시민 대변자가 되신 것이 당연한 귀결로 보여지기도 합니다. 오늘이 있기까지 여정을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가난과 장애로 서러웠던 유년시절, 놀림 속에서 담임선생에게 지진아 소리까지 듣다.

약자를 대변하는 인물이 되자고 결심하다. 지금껏 주경야독 학생으로 나이 들어가다.


: 도내 장애인들의 대변자 강원장애인신문을 통해 인사드리게 됨을 먼저 감사드립니다. 돌아보면 저의 50여 년의 삶은 가파른 산을 오르는 것처럼 힘겹고 숨 가빴습니다. 가난한 집 셋째 아들(32)로 태어난 저는 그 당시 흔하던 소아마비로 장애인이 되었지요. 어머님은 행상을 하셨고 저는 초등학교 시절 도시락을 못 싸가서 수돗물로 배를 채웠지요.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 사건이 있답니다
.


절름발이는 물만 먹고 산데요.”하고 놀린 아이를 수업시작 직전에 때리다가 선생님한테 걸렸지요. 저는 뛰지를 못하니까 달아나면 잡을 수 없었기에 책상에 앉기를 가다렸다가 앙갚음을 하곤 했거든요. 그날 담임선생님은 제게 너는 구제불능 지진아야. 쫒아 낼 거야.”하면서 친구들보고 직접 끌어내라고 했답니다. 순간 저는 고생하시는 어머님 얼굴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안 끌려 나가려고 문틀에 힘껏 매달려 버텼지요. 상상해 보세요. 얼마나 눈물 나는 장면인가를.


그 때 우리 반 부반장 여자아이가
선생님! 진호는 잘못이 없어요. 00이가 먼저 절뚝발이는 물만 먹고 산다고 놀렸어요.”하고 대변해주었고,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그만하라고 했지요. 저는 울면서 다시는 친구들을 때리지 않겠다고 빌었고 결심을 했답니다.


꼭 성공해서 부반장처럼 억울한 사람 편들어주는 인물이 되어야지 하고요
. 그래서 아는 것이 힘이라는 생각에 중학교를 마친 후, 생계를 이어가는 동안에도 주경야독으로 공부를 멈추지 않았고 현재 강원대학교 행정학과 석사과정 재학 중이랍니다.

 

질문2: 가난한 시절, 눈물 나는 추억이군요. 성장기에 받은 수치와 모멸감을 승리의 에너지로 승화하신 오기가 존경스럽습니다. 앞으로 사회적 약자에게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그러면 청년시절 이야기도 부탁드립니다

노동운동가에서 막국수 음식점 사장으로 변신하다.
막국수 명품화 성공, 막국수협회 설립, 조합원들과 메밀제품 사랑에 빠지다.


: 중학교 졸업 후 인천 산업단지에서 일하다가 결혼도 하고 춘천으로 돌아와 모 운수회사에서 10년간 택시기사로 일했지요. 그런데 회사가 퇴직금을 아끼려고 기사들을 부당해고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였습니다. 그 당시 노조회장이었던 저는 회사와 맞서서 투쟁했으나 역시 가난한 자가 패하더라고요.


회사를 그만두고 어머님의 자그마한 막국수 음식점을 물려받았지요
. 그리고 어머니의 손맛을 살려 아내와 함께 열심히 연구하면서 일했습니다. 그 결과 음식품평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였고 2005년 춘천막국수 축제에서 막국수명가로 선정되었습니다.


저는 다짐했지요
. 막국수를 명품화해 모두가 잘사는 길을 열어보기로요. 그래서 춘천막국수협회를 조직하고 회원들과 함께 제분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고, 심포지움을 개최하고, 특허청의 춘천막국수 지리적표시제 단체표장등록 사업도 추진했습니다. 그 결과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는 데 성공했답니다. 2차 메밀싹 생산과 가공, 메밀싹 분말, 메밀싹 비누, 메밀싹 액기스, 메밀고추장, 메밀된장 등을 개발하여 인터넷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소기업 공동상표 브랜드화 사업으로서 하늘아래 두뫼밀 춘천막국수상표를 만들고 유선TV”건강한 밥상에서 춘천막국수를 널리 알렸습니다. 그리고 메밀가루, 메밀뻥튀기, 메밀베개 등등을 공장에서 진열판매하고 있답니다.

 

질문3: 춘천막국수의 명품화, 다양한 메밀제품 출시, 일자리 창출 등등 열정이 감동 그 자체입니다. 그러면 당연히 가난도 벗어났을 텐데 해복한 가족들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너무나 착해서 불행했던 형님의 삶이 상처로 남다.

사각지대 장애인들이 없기를.

 

: 아닙니다. 가족 중에 누군가가 아프면 온전한 행복은 없습니다. 제게는 저의 장애보다 더 슬픈 둘 째 형님이 있었습니다. 형님은 너무나 착하고 분별력이 부족한 분이어서 평생 이용당하고 착취당하면서 술에 의존하시다가 몇 년 전에 돌아가셨지요. 나쁜 사람들이 형님의 신분증으로 자동차를 여러 대 구입, 대포차량 사업을 해 형님이 법적처벌을 받으신 적도 있었지요. 지금도 눈물 나는 것은 형님이 막국수축제장에 장애인친구들을 모시고 와서 내 동생이 회장이야.”하고 자랑하던 모습입니다.


정말 가슴이 메어집니다
. 저는 압니다. 장애인복지 혜택도 못 받고 그렇다고 건강한 사람처럼 경쟁력도 없는, 사각지대의 장애인들이 얼마나 힘든지를 말입니다. 우리 형님 같은 분들이 없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질문4: 가슴 아픈 가족사입니다. 사각지대 없는 촘촘한 안정망의 그날을 기다려봅니다. 그러면 시의원을 시작한 연도 및 첫 출마를 결심한 계기를 말씀해주십시오

첫 시의원출마는 2014, 농촌운동 중 발견한 문제점을 직접 해결하고자 출마를 결심하다.

두 번의 도전 끝에 성공한 시의원, 역량을 발휘해 일할 수 있어서 가장 보람을 느껴.

시민들에게 감사, 혼신의 힘을 다해 일할 것을 약속.


: 제가 첫 출마를 한 것은 2014년 지방선거였습니다. 제도권 내에서 역량을 발휘해서 봉사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마을이장을 할 당시 참 살기 좋은 마을 가꾸기 사업추진, 농촌관광체험 휴양마을사업, 새농어촌건설운동사업, 신촌천 생태하천 만들기, 도심에서 농촌인 대룡산으로 연결되는 MTB자전거 길과 트래킹 사업 등을 진행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발전의 저해 요인이 행정과 현장의 소통의 부재라는 것을 알았지요. 그래서 시의원이 되고 싶었고 도전 두 번 만에 꿈을 이룬 것입니다. 저는 지금 의회에 입성한 것을 일생 중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시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면서 혼신의 힘을 다해 일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질문5: 다양한 경험이 춘천발전의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끝으로 장애인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중요하다.

모두 자신에게 꼭 맞는 행복을 찾는 날이 오기를.

 

: 꿈꾸는 자는 절망할 틈이 없습니다. 저의 경우가 그랬으니까요. 장애유형, 중증장애인, 경증장애인을 떠나서 건강한 정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저의 형님에게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심어드리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됩니다.  

장애인가족 여러분! 물만 먹던 절름발이 저 김진호가 감히 부탁드립니다. 먹구름 뒤에도 태양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고 튼튼한 정신으로 각자에게 꼭 맞는 행복을 찾으시라고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주요경력

-대룡산막국수 대표

-대룡산에프앤비주식회사 대표

-중소기업전국소상공인대회대통령표창

-춘천향토막국수협의회발기인 및 회장

-동내면 신촌1리 참살기좋은마을가꾸기추진위원회

-새농어촌건설운동추진단

-농어촌휴양체험마을추진위원회

-춘천시 동내적십자봉사회 및 번영회장

 

취재 및 정리 지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