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사람들] 수백 번 넘어지면서 다시 배운 걸음마
김성우 사)한국산재장애인복지진흥회 강릉지부장

강원장애인신문사 승인 2018-03-27 11:30:25

[내가 만난 사람들]

 

수백 번 넘어지면서 다시 배운 걸음마

김성우 사)한국산재장애인복지진흥회 강릉지부장




김성우 회장/지체3


어느 날 다리 한쪽이 쓰레기통으로 사라진다면 어떤 느낌일까?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두 다리를 각인한 뇌 시스템은 한동안 양쪽이 건재하다고 착각하게 한다. 그래서 절단 장애인들이 중심을 잡고 서기까지는 수백 번 넘어져야 한다. 수술 후 사라진 다리에 힘을 주면서 침대에서 내려오다가 나뒹굴고 멍들고 다치는 일은 기본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절단 부위가 아프거나 가려우면 마치 발끝이 아프고 발등이 가려운 느낌이든다고 한다
. 그 때 발을 향해 뻗은 손에 허공이 잡히면 가슴이 미어진다고 한다.


강릉시산재장애인협회회장 김성우씨
(69/지체3)도 마찬가지였다.


대한석탄공사에서 광부로 일하던
81년도(당시 32)에 광차(鑛車)범퍼에 다리가 끼이는 사고를 당해 오른쪽 무릎아래를 절단했다. 태백과 부천을 오가며 4년간의 치료와 재활훈련 끝에 의족을 끼고 걷는 데 성공은 했지만 넘어질 때마다 자살을 생각했다 한다. 특히 일등 광부가 되기 위해 취득한 발파면허’, ‘항내보안자격증’, ‘화약면허등이 무용지물이 돼버려서 허망함은 더했다. 공허감을 술과 담배로 메우면서 세상을 원망도 했지만 어머니와 부인(66), 3명의 딸을 보면서 서서히 마음을 고쳐먹었다.


용기를 내 장애인과 관련된 의료용품 딜러를 시작
, 지금껏 의족, 의수, 보청기, 휠체어, 클러치 등 모든 보장구를 헐값으로 보급하고 있다. 동병상련의 입장에서 장애인들을 대하다보니 사명감도 생겨 지체장애인협회 강릉지회장, 산재장애인복지진흥회 강릉지부장 등 장애인복지증진에도 앞장서게 됐다. 덕분에 볼수록 혐오스럽던 뭉뚱그려진 무릎이 장애인들을 돕고 살라는 징표 같아 수용할 수 있었다 한다.


또한 부인의 권유로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 직후 곧장 술 담배를 끊었고
4년째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기도에 참여한다고 했다. 인생관도 범사에 감사하라는 성경의 가르침으로 바뀌었으며 살아 있음이 매일 기쁘다고 했다.


그는
저는 근로복지공단에서 매달 장해연금을 받습니다. 3명도 잘 자라서 두 명은 간호사(원주시 보건소 근무, 원주기독교병원 근무)이며 나머지 한명도 제 밥벌이를 톡톡히 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집사람과 둘이 사는 데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기에 남은 인생 가난한 장애인들과 나누며 살고 싶습니다.”하고 말했다.


수백 번 넘어지면서 다시 배운 걸음마 때문에 가슴에 긍정의 다리가 생긴 사람
! 그의 모습에는 거듭난 용기와 정제된 사랑이 배어있었다.

 

기록, 정리 지소현 본지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