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장애인복지, 제도보다 문화가 중요

강원복지신문사 승인 2017-01-02 17:09:08

장애인복지, 제도보다 문화가 중요

 


우리나라는 헌법에서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고, 정부는 국민이 다양한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행복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하도록 사회보장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장애인과 관련되어 있는 중요한 법률을 보면, 장애인복지법(1981년)과 장애인의무고용제도인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1990년)이 있다. 또 날로 관심이 늘어나는 장애인의 권리의식과 인권을 보장하고 확장하기 위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2008년)과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 있다. 이외에도 장애인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장애인기업활동촉진법, 장애인연금법,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 중증장애인생산품우선구매 특별법,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 장애인·고령자 등 주거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 등이 있다.
 

각 시도 및 지자체에서도 나름대로 장애인복지 조례를 제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장애의 경중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장애인에 대한 통신료, 의료비와 철도 및 항공요금, 고속도로 통행료 등을 할인 또는 면제하고 있고, 주거와 주차 우선권 부여, 활동보조인, 근로지원인 등의 인적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도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도 장애인의 삶은 여전히 불안하고 고단하다. 장애인에 대한 폭력과 강제노동과 같은 인권유린과 성폭력도 계속되고 있고 경제활동 기회도 줄어들고 있다. 국민의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인간 존중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고는 하나 사회 구석구석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은 여전하다. 당사자인 장애인의 입장에서 보면 생사가 달려있는 문제가 되기도 한다.
 

얼마 전 보건사회연구원의 청장년 장애인 경제활동 실태와 정책과제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2014년 장애인 경제활동참가율은 56.9%로 전체 인구집단 74.7%에 비해 17%.p 정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유형별로도 그 차이가 심해서 정신장애인의 경우 10%를 조금 넘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그런데 장애인의 노동시장 참여기회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원인도 경제침체와 경제구조의 변화, 정치적 무관심을 꼽고 있다. 식상한 구조적 관점을 반복하고 있다.

문제는 노동시장 참여기회를 보장하는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장애인의 불안과 불편은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정치인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제도를 보완하고 확장하고 또 새로운 복지체제와 제도를 대책으로 제시하겠다고 한다. 제도와 시책만으로는 그 목적을 완전하게 실현할 수 없다. 하지만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장애인복지의 핵심은 인간다운 삶을 살도록 한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제도적인 물질적 보장보다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교육과 사회참여 및 경제활동에 있어서 차별과 편견이 없는 심리적 만족이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장애인복지의 문제는 인문학적 접근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모든 인간에게는 무한한 능력이 있다는 긍정적인 믿음을 가져야한다. 장애인에게도 숨겨진 놀라운 재능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예를 들면 TV를 통해서 장애가 심한 세계적인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과학자들과 컴퓨터 기술을 사용하여 대화하고, 팔과 다리가 기형인 인류의 희망전도사 닉 부이치치가 비트 드럼을 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듯이 인간은 불가능을 과학을 통해 극복해 왔다. 손가락이 아닌 발가락으로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도 있다.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편견을 이겨낸 장애인들이다. 이들이 만약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현재 그들의 모습은 어떠했을 것인가? 우리나라보다 소득이 높고 정책지원이 우수하기 때문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상은 문화의 차이에 있다. 따라서 장애인을 보는 눈과 마음이 열려 있어야 한다.
 

문화수준의 차이는 행복을 인식하는 차이다. 행복에 대한 정의와 관점은 만인만색이다. 그런데 행복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공통점이 있다. 인간은 욕망을 채울수록 불행해지는 반면 봉사와 배려로 다른 사람을 기쁘거나 즐겁게 하였을 때 행복을 느낀다고 하는 점이다. 불교에서는 사람은 권력과 재물과 수면, 그리고 성욕과 식욕을 즐기려는 욕심으로 가득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타인을 배려하지 않고 많은 이윤을 남기려는 인간의 욕심이 장애원인이 되기도 한다. 물론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경우 장애인의 문제를 제도적 차원으로 접근하였고 짧은 기간 동안 성공적으로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쳤음을 인정한다.
 

그런데 장애인 일자리뿐만 아니라 교육, 인권, 예술, 스포츠 등 각각의 분야에도 장애인이 참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전히 장애인은 우리사회의 차별과 편견이라는 사회심리적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이 불안하고 고단한 삶을 사는 이유이다. 장애인 복지문제를 상투적으로 법률체제나 제도를 탓하는 것은 인간의 야만적인 이기주의와 욕망 등 성숙하지 못한 우리의 시민의식과 저급한 문화수준 때문에 겪는 불안과 고단함을 제도적으로나마 최대한 보호해달라는 호소로 보아야 한다. 장애인복지의 방향이 제도보다 문화가 더 중요한 이유이다.

따라서 장애인복지정책방향을 지금보다 인간다운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이라면 장애인의 능력과 재능을 인정하고 믿어주는 사회적 문화로 변화되고 정착되어야 한다. 고장난 CD처럼 반복하는 인간의 존엄성은 동등하다는 교육으로는 변화를 이룰 수 없다. 누구나 자신의 생명과 삶을 사랑하듯 타인에 대해서도 인간적인 존엄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을 실천하는 문화가 절실하다. 이와 같은 사람 중심의 문화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가치로 정착되면 법과 제도를 초월하여 자연스럽게 장애인에게 일자리가 지금보다 더 많이 열릴 것이며, 장애인들의 특별한 능력을 발견하고 인정하며 장애인과 어울리는 것을 불편하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

 


 

김 휘 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강원지사 수석전문위원